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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불법건물 있던 자리에 쉼터… 그림 같은 풍광

입력 | 2013-08-16 03:00:00

4대강 사업 마지막 갈등의 장소 ‘양평 두물머리’… 1년만에 가보니




4대강 사업 한강 살리기 1공구 첫 사업지로 지정된 후 정부와 환경단체 종교단체 주민 등이 갈등을 빚었던 경기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 지난해 8월 친환경 생태학습장으로 조성키로 합의한 이후 1년 만에 찾은 두물머리는 비닐하우스, 가건물 등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쉼터와 광장, 강변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등이 조성됐다. 아래 사진은 두물머리 조성 사업 전 각종 생활쓰레기가 쌓여 있는 모습.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서울지방국토관리청 제공

경기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 있는 ‘두물머리’.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빚어낸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두물머리는 강원 태백시 대덕산에서 발원한 남한강과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이 서로 만나는 명소로 한강 8경 중 1경으로 꼽힌다.

12일 두물머리 서쪽 북한강변을 따라 조성된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 주변 쉼터에는 관광객 10여 명이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방학을 맞아 촬영을 왔다는 대학 사진동아리 회원들도 팔당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곳곳에 놓인 낡은 황포돛배는 이곳이 옛날 팔당을 오가던 나루터였음을 짐작하게 했다. 바로 옆 소원쉼터에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소원을 빌었던 돌더미와 돌탑이 두물머리 이곳저곳에 있었다. 이곳은 이미 학생들의 현장 체험학습장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가족 나들이 코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연꽃길로 잘 알려진 동쪽 남한강변과 달리 이곳 두물머리의 북한강변 쪽 1만8000m²는 관광객의 출입이 불가능했다. 2010년 4대강 사업 중 하나인 한강 살리기 1공구 첫 사업지로 지정됐지만 두물머리에서 농사를 짓던 농가 4가구가 2년여간 협상을 거부하면서 정부와 갈등이 심화됐고 외부인의 출입까지 막았던 것. 이후 환경, 종교 단체들이 반대 집회에 가세하면서 정부와 주민 간 갈등은 극에 달했다. 농민들이 불도저와 덤프트럭을 몸으로 막으면서 공사는 중단과 재개가 반복됐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정부와 주민의 갈등이 마무리된 게 지난해 8월 14일. 두물머리를 친환경 생태학습장으로 조성하기로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한 것.

그로부터 1년 만에 다시 찾은 두물머리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두물머리 서쪽 북한강변에 마지막까지 불법으로 들어서 있던 비닐하우스 27개 동은 깨끗하게 철거됐다. 쓰러질 듯했던 농막(농기구 보관이나 휴식을 위한 시설)도 사라졌다. 농약병, 비닐 등 쓰레기 더미도 말끔히 치워졌고 밀림을 연상시킬 정도로 우거졌던 수풀도 모두 제거됐다.

대신 생태학습장을 조성하기 위해 새로 길(1km)이 닦였고 산책로(2km)도 생겼다. 주민들이 살던 집터는 관광객들의 편안한 쉼터로 바뀌었다.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다온광장’이 조성됐으며 ‘두물경’이라고 쓴 휘호석과 이야기 안내판도 세워졌다. 바닥에는 두물머리의 지리적, 역사적 의의를 담은 100m² 정도 크기의 거대한 고지도가 새겨졌다. 다목적 광장인 물안개 뜰에는 소원쉼터와 물안개쉼터, 테마벤치도 만들어졌다.

두물머리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자 관광객들도 늘어났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작가 오세봉 씨(53·인천)는 “비닐하우스가 철거되면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한눈에 들어와 좋았다”고 말했다. 양평군은 올 들어 7월 말까지 40만∼50만 명이 두물머리를 찾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예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경기도와 양평군은 두물머리를 영국의 라이턴 정원, 호주의 세레스 환경공원을 모델로 삼아 친환경 생태학습장으로 꾸밀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주변에 유기농 체험장과 문화체험 교육장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문화공연과 수상레저 체험학교 등도 구상 중이다.

임광수 서울지방국토관리청 하천국장은 “인근 세미원 석창원 물레길과 연계하면 두물머리는 국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관광지로 성장할 것”이라며 “막무가내식 개발보다는 친환경적이고 수변생태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두물머리 본래의 모습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