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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침략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 전면 부정

입력 | 2013-08-16 03:00:00

8·15때마다 하던 가해 반성 한마디 없고… 不戰맹세 표현 삭제…
“참배불참 사죄” 야스쿠니엔 공물 보내… 日 각료 3명-의원 102명은 직접 참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5일 제2차 세계대전 패전 68주년을 맞아 정부 주최로 개최한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과거 총리들이 해오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가해와 반성을 몽땅 빼버린 채 언급하지 않았다. 매년 총리의 추도식사에 들어 있던,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부전(不戰) 맹세’ 표현도 삭제했다. 이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가 1995년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다며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를 사실상 전면 부정한 것이어서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추도식에서 “여러분의 희생 위에 지금 우리들이 누리는 평화와 번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를 보다 좋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전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각국, 각 지역에 지원의 손을 내밀었다”며 일본의 공헌을 강조했다. 추도사 끝부분에서 그는 “우리들은 역사를 겸허히 마주하고, 배워야 할 교훈을 깊이 가슴에 새겨 희망이 넘치는 미래를 펼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는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 이후 계속 언급되어 온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가해 책임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서 이후 형성된 전후 체제를 부정하고 탈피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호소한 데 대해 아베 총리가 되레 손을 뿌리친 셈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날 아베 총리의 추도사에 앞서서 일본이 군국주의 시절 침략 때 부르던 국가인 기미가요가 제창됐다. 추도식에는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와 중·참의원 의장도 참석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대신에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특별보좌관을 보내 ‘자민당 총재 아베 신조’ 명의로 공물료를 사비로 봉납했다. 하기우다 보좌관은 “오늘 참배하지 못한 것을 사죄해 달라”고 아베 총리가 전했다고 밝혔다.

아베 내각의 각료인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총무상과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납치문제 담당상,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행정개혁 담당상 등 3명은 이날 아침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소속 의원 102명이 이날 집단 참배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과 대조적으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일 독일 총리로는 처음으로 뮌헨 근처의 나치 수용소인 다하우 수용소를 찾아 헌화하고 연설할 예정이다. 1933년 만들어진 이곳에서는 4만 명 이상이 학살됐다. 다음 달 초에는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이 독일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북부의 오라두르쉬르글란 마을을 방문해 희생자를 추모할 예정이다. 나치가 640명의 마을 주민을 학살했던 곳이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15일 ‘일본, 역사에 사로잡히다’ 제목의 기사에서 아베 총리의 과거사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가 일본의 침략 피해국인 한국과 중국의 비판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조숭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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