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철학을 뒤흔든 매춘부 헤타이라김복래 지음/188쪽·1만2000원·새문사
그리스 사회에서 매춘부는 4종류가 있었다. 일일노동자의 하루치 임금이던 1오볼로스(6드라크마)에 몸을 팔았던 딕테이라데스(포르나이), 가무악(歌舞樂)의 예능을 익혀 연회의 흥을 돋웠던 아울레트리데스, 대부분 남성을 상대했던 미소년 남창 카타미테스, 그리고 연회에서 부유한 남성의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며 하룻밤 화대로 1미나(100드라크마)를 받았던 헤타이라다.
고대 그리스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매우 낮았다. 여성의 결혼 적령기는 14∼18세였지만 남성의 결혼 적령기는 30세가 넘었다. 그 생물학적 격차와 공적 영역의 빈자리를 매워주는 존재가 필요했다. 아테네의 참주였던 솔론이 ‘정의로운 공익적 조치’라고 찬사를 받았던 공창제를 도입한 뒤 수많은 도시국가가 이를 따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피쿠로스의 애제자였던 레온티온과 아테네의 공동통치자란 평판을 얻었던 아스파시아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에 비길 만하다. 특히 아스파시아는 명연설가로 유명했던 연인 페리클레스의 웅변술 교사이자 플라톤의 ‘향연’에 등장하는 지혜로운 여인 디오티마의 모델이란 찬사를 받았다.
라이스와 프리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라 할 만하다. 라이스는 훗날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 영감을 준 모델로 불멸의 명성을 얻었다. 올리브색이 감도는 노란 피부로 두꺼비라는 엽기적 애칭을 얻었던 프리네는 재판정에서 자신의 나체를 드러내 “여성의 아름다움은 무죄”라는 신화를 만들었다.
또 잃어버린 샌들로 인해 이집트의 왕비가 됐다는 전설의 주인공 로도피스가 신데렐라 설화의 원형이라면, 알렉산더 대왕의 연인으로 페르세폴리스 궁을 불태우게 만든 타이스는 트로이전쟁을 일으킨 헬레네에게 비견되는 팜 파탈이었다. 문장이 유려하지 않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예술작품 속 주인공으로 재탄생한 헤타이라를 담은 컬러 도판이 풍성하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