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지역 기록적 폭염에도 웃음꽃
올해 남부지방에서 재배된 복숭아는 마른 장마와 폭염으로 알이 굵고 당도가 높다. 경북 영천시 임고면 덕연리 한 농가에서 농민들이 발그레 익은 복숭아를 수확하고 있다. 영천시 제공
최근 백도와 황도 등 20여 종의 복숭아를 생산하는 덕연·선연리는 일손이 부족할 정도다. 복숭아밭이 밀집한 이곳은 4월에 전국 복사꽃 사진 촬영대회가 열리는 마을로도 잘 알려져 있다. 김석암 덕연복숭아 작목반장은 “빛깔이 곱고 맛이 뛰어난 복숭아가 많이 열렸다”며 웃었다.
지난달 영천농산물도매시장에서 판매된 복숭아는 2812t.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줄었지만 판매액은 지난해(70억1600만 원)보다 16% 늘어난 81억2100만 원을 기록했다. 복숭아 평균가격은 10kg당 2만8990원으로 지난해 1만9830원보다 46% 올랐다. 자두도 10kg당 가격이 2만6760원으로 지난해보다 40% 인상됐다. 영천 복숭아는 상품성을 인정받아 올해 처음 해외 수출에도 성공했다.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에 255상자(1상자 4.5kg)를 항공편으로 보냈다. 현지 반응에 따라 추가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영덕군에 따르면 올해 복숭아 생산량은 390여 가구에서 5500t. 지난해 4000t보다 4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판매액도 지난해 121억 원보다 80% 늘어난 223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복숭아 판매가격은 예년보다 훨씬 비싸지만 구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남봉문 영덕군 농정과장은 “밤낮의 기온차 등 최적의 재배조건을 갖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천도복숭아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경산에서도 수확이 한창이다. 가격은 10kg당 3만5000원으로 지난해(2만5000원)보다 40% 올랐지만 물량이 모자랄 정도. 올해 경산지역은 복숭아의 경우 1445ha에서 1만5100t, 포도는 1562ha에서 2만4700t을 생산해 모두 1200억 원의 농가 소득이 기대된다.
영천시 금호읍은 이달 말부터 포도를 본격적으로 생산한다. 영천의 포도 재배면적은 2248ha(약 680만 평)로 전국 1위. 생산량은 4만3800t으로 전국의 16%를 차지한다. 영천 전체 농가 1만35000여 가구 중 4800여 가구(35%)가 포도 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는 일조량이 많고 강우량이 적어 당도가 높다. 미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에 100t가량 수출도 할 예정이다. 박인수 경산시 농업기술센터소장은 “물 공급 시설만 잘 갖추고 있으면 날씨가 더워야 과즙이 많고 당도도 높은 과일이 생산된다”며 “기록적인 폭염이 경북지역 여름 과일 생산 농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셈”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