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난 아파죽겠는데 아내는 엄살이 심하다고 하고, 다들 병 취급도 안 해줘서 벙어리 냉가슴입니다. 아프다고 맘껏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엄살이 심한 걸까요?
A 아닙니다. 정말 겪어보지 못한 분들은 모르는 고통이지요.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환자들 중 절반 이상이 통증 자체보다 통증 때문에 힘든 본인을 얘기하고 싶어 합니다. 일상에서 어떻게 얼마나 힘든지, 그동안 어깨를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지, 몰라주는 남편이나 아내가 야속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라든지, 그런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어 합니다. 저는 시간이 부족해도 가능한 한 그 이야기들을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하소연을 하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덜 수 있고, 잘 치료받으려는 의지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병은 소문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래야 명의나 좋은 약을 소개받을 수 있다는 뜻이 숨어 있겠죠. 아픈 사연을 가슴에 묻어두지 않고 털어놓을 만큼 긍정적인 마음으로 열려 있으면 극복할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30여 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신 일흔이 넘은 어르신이 절 찾아 왔습니다. 그 어르신은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리고 입원해 계시는 동안 내내 힘들었던 이민생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또 당신은 너무 아픈데 미국병원 의사들의 성의 없는 태도에 서러워 소리 내어 우셨다며, 고국인 한국에 와서 진료를 하니 속이 시원해져서 어깨가 금방 나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어깨가 쑥쑥 애린다’ ‘어깨가 씀뻑거린다’ ‘어깨가 한 짐이다’ 등의 표현은 영어로 전달할 수도 없어 더욱 답답했는데, 그 말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그 어르신은 수술 경과도 좋아서 아주 만족스러운 상태로 출국하셨습니다. 그 분이 지긋지긋한 어깨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수술의 효과 때문만은 아닙니다. 당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의 병까지 치유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깨가 아프신 분의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치료입니다.
여수백병원 원장·대한관절학회 정회원
저서 ‘어깨는 날개입니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