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받고 추천 조작 ‘클릭농장’ 우후죽순
쇼핑몰 치과 등 다양한 업체를 홍보했다고 광고하는 클릭 수 조작 업체가 구매자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화면. 조작 업체가 “10분도 안 돼서 1000(개의 추천수) 마무리돼 가네요”라고 하자 구매자가 “대박”이라며 좋아하고 있다. 인터넷 화면 캡처
이 때문에 “SNS 시대가 열림에 따라 일반 시민들이 SNS를 통해 의견을 공유하며 직접 좋은 상품을 찾아 나서는 진정한 ‘소비자주권 시대’의 개막이 가능해졌다”던 기대가 무색해지고 있다. 소비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던 ‘SNS의 입소문’은 신뢰성을 잃고 있다.
○ 페이스북 좋아요 1000명=8만 원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다수의 클릭농장 업체들 모두 스스로를 ‘SNS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업체’로 소개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를 통해 가게를 홍보하고 싶다”고 하니 “저렴한 비용으로 100%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이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개발도상국에서 수천 명을 고용해 가짜 추천을 무한정 만들어내는 해외 클릭 조작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수만 명의 ‘친구’나 ‘팔로어’를 보유한 아이디 5, 6개를 동원해 제품을 홍보한다. 한 개의 아이디가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가짜 후기’나 ‘홍보성 글’을 남기면 다른 아이디들이 곧바로 추천해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하는 식이다. 일반 사람의 SNS 후기인 줄 믿고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순수 한국인들의 좋아요 추천 1000건 보장’이라며 홍보하는 한 운영자는 “페이스북 등 SNS 대부분 본인 인증 절차가 없어 가짜 아이디를 만들어 추천할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10∼30대 한국인의 추천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만 명 이상 한국인 친구나 팬을 보유한 아이디를 5개 이상 갖고 있어 한 아이디로 홍보 글을 올린 뒤 다른 아이디로 추천하면 사용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 클릭농장을 이용하는 업체는 쇼핑몰 음식점 병원 등 다양하다. 한 클릭농장 운영자는 “대부분 소규모 사업자들이지만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업체도 많다”며 “한 대형 쇼핑몰도 최근 1만 명을 주문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클릭농장 업체 운영자는 취재팀에 “당신이 소비자라면 SNS에서 추천을 각각 5000개와 5만 개 받은 업체가 있을 때 어느 곳을 찾겠느냐”라고 물었다. SNS에서는 추천과 친구 수가 곧 광고이자 업체의 신뢰성을 뜻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클릭 조작이 SNS의 신뢰도를 깎아먹는 부작용을 낳지 않겠느냐”라는 질문에는 “합법적인 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둘러댔다.
사업자는 경쟁업체보다 더 많은 긍정적인 리뷰를 확보하고 자사의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클릭하게 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여성의류전문 쇼핑몰 운영자 김모 씨(27·여)는 “광고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소규모 업체의 경우 SNS에서 입소문을 바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클릭 조작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업체의 SNS 인기도와 후기들을 보고 물건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제품의 과학적 효능이 뛰어나다’는 수십 개의 SNS 글을 보고 화장품을 구입한 김모 씨(26·여)는 “막상 물건을 받아 보니 너무 형편없었다. 모두 이벤트 당첨을 목적으로 한 거짓 후기들이었던 것”이라며 “SNS의 내용들을 더이상 믿지 못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5월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미스터 빌리: 하일랜드의 수호자’는 엉성한 스토리와 뒤떨어진 컴퓨터그래픽 탓에 한국 외의 다른 국가들에서는 상영조차 못 했던 영화였다. 하지만 공식 페이스북의 ‘좋아요’ 추천이 6만5000여 개에 달했다. 이집트와 방글라데시의 클릭농장이 46만 원을 받고 추천수를 조작해 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