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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군부 “화해는 없다”… 무슬림형제단 해체령

입력 | 2013-08-19 03:00:00

나흘간 유혈사태 사망자 800명 넘어… ‘피의 금요일’에만 173명 희생
정부, 무슬림형제단 테러단체 규정… 야권선 “1주일간 전국 시위” 맞불
EU, 원조중단 등 제재방안 논의




이집트 정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행위를 ‘테러’로 규정하고 무르시 지지 세력인 무슬림형제단 해체에 나섰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에 강력 반발하며 일주일간 전국적인 시위를 벌이겠다고 선언해 유혈 충돌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피의 금요일’로 불린 16일 시위대 진압 과정에서 173명이 사망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집트 군경이 수도 카이로 나스르시티 라바 광장과 기자의 나흐다 광장에 집결한 무르시 지지자에 대한 본격적인 해산작전에 돌입한 14일부터 나흘간 계속된 유혈 사태의 공식 사망자 수도 800명을 넘어섰다. AFP통신은 이집트 전역에서 무르시 찬반 세력의 대규모 집회가 열린 6월 26일 이후 사망자가 최소 1042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군경은 17일 카이로 람세스 광장 인근의 파테 모스크를 기습해 이곳에 피신한 시위대를 해산하고 385명을 체포했다. 무르시 지지 시위대 700여 명은 16일 람세스 광장에서 군부 반대 집회를 하다 군경의 진압을 피해 모스크로 피신했다. 이들은 정문 입구를 책상과 의자 등으로 막고 군경과 대치하다 체포됐다.

이집트 정부는 16일 시위 진압 과정에서 무슬림형제단원 약 100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수단 파키스탄 시리아 등 외국인도 다수 포함됐고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수장인 아이만 알자와히리의 형제인 무함마드 알자와히리도 기자의 검문소에서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정부는 유혈 진압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며 더욱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과도정부를 이끄는 하짐 알베블라위 총리는 내각에 무슬림형제단을 해체할 법적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뒤 “국가를 상대로 무기를 사용하는 이들과의 화해는 없다”고 강조했다.

저명한 이슬람학자인 핫산 알반나가 1928년 이슬람 율법 ‘샤리아’로 운영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창립한 무슬림형제단은 병원과 학교 건설 등 빈곤층에 대한 지원으로 아랍권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어 왔다.

무슬림형제단은 1954년 가말 압델 나세르 전 대통령 암살 시도의 배후로 주목받은 이후 줄곧 이집트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2011년 ‘아랍의 봄’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퇴출되자 자유정의당을 창당하며 정치무대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지나친 이슬람 원리주의를 고집하면서 민심으로부터 멀어졌고 1년 만에 탄압의 대상이 됐다.

이집트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교장관은 17일 카타르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이집트 사태가 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FP통신은 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이 이번 주 회의를 열어 원조 중단을 포함한 이집트 제재 방안을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터키 이스라엘 알제리에선 이집트 정부의 강경한 진압을 규탄하는 시위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다만 무르시 축출 이후 군부를 지원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 온 미국은 원조 중단 같은 최후의 카드를 꺼내는 데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정국 혼란이 장기화하면서 문화재 약탈도 횡행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카이로 남쪽의 고대 유적지 다슈르, 피라미드가 있는 사카라, 이집트 남부의 아스완과 룩소르에서 경비 소홀을 틈탄 도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도굴꾼들이 굴착기에 자동화 무기까지 갖추고 집단 약탈을 감행해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CNN방송은 군부의 시위대 강경 진압이 시작된 14일 사임한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부통령이 18일 오스트리아행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보도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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