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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정책금융公, 분리 4년만에 다시 합칠듯

입력 | 2013-08-20 03:00:00

■ 금융위, 정책금융 개편안 내주 발표
“사실상 같은 역할” 통합에 방점
선박금융공사는 신설 않는 대신 선박금융 부서 부산에 설치 추진
대우증권 매각은 뒤로 미루기로




KDB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분리 4년 만에 다시 하나로 합쳐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 공약이었던 선박금융공사는 신설하지 않는 대신 기존 정책금융기관의 선박금융 부서를 부산에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1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정책금융체계 개편안을 다음 주에 발표한다. 금융위는 양 기관을 통합하는 안을 이미 청와대에 보고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련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사실상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양 기관의 통합을 내비쳤다.

정책금융공사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출범한 금융공기업이다. 산은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지원 등 최소한의 정책금융 기능을 남겨둬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설립됐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산은 민영화가 중단되면서 민영화를 전제로 만든 정책금융공사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4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두 기관을 합치는 것에 대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통합에 무게중심을 뒀다.

당초 TF는 두 기관을 통합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비율이 1.5%포인트가량 떨어져 자금공급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시장논리에 따르는 시중은행과 달리 정책금융기관은 사실상 당국의 정책적 판단하에 자금공급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BIS 비율이 조금 하락한다고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라고 당국은 판단했다.

일부 민간 금융사들은 산은과 정책금융공사의 통합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산은은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다이렉트뱅킹 사업에 참여하고, 자회사인 KDB대우증권을 경영하는 등 민간과 겹치는 일을 많이 벌였다. 민간 금융사들은 “국책금융기관이 자꾸 민간시장 영역을 침범하는 건 불공정 경쟁”이라며 이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하지만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양 기관을 합쳐 4년간 늘어난 800여 명의 직원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정부 보증으로 채권을 찍어 자금을 조달하는 산은과 일반 민간 금융사는 경쟁의 출발선이 다르다”며 “지난 정부 때 시장마찰을 해소하기 위해 민영화를 추진해 놓고 이제 와서 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KDB생명 산은캐피탈 등 자회사들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되 대우증권은 우리투자증권 매각을 마무리한 뒤 매각 시기를 저울질할 계획이다.

한편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추진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정무위원장인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이 해양금융공사법을,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은 선박금융공사법을 각각 발의한 만큼 국회 차원에선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금융 공기업들의 선박금융 관련 부서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