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폭염으로 공급량 부족한 탓… 2050년 재배면적, 현재의 7%로 줄듯
7월 말 강원 평창군 진부면에 있는 고랭지 배추밭에서 농민들이 배추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평창=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최근 두 달 동안 고랭지 배추 가격은 2.6배로 올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1일 5337원이었던 고랭지 배추(3포기들이 10kg 1망, 특품) 값은 월말에 1만 원대를 넘더니 이달 9일에는 1만3670원까지 치솟았다. 업계에서는 ‘배추 값 인플레이션’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이달 하순부터는 봄배추 비축 물량이 다 떨어진 데다 여름방학이 끝난 학교에서 급식이 시작돼 물량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배추 가격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은 오랜 장마와 35도를 넘나드는 폭염 등 이상기후에 있다. 특히 올여름에는 무름병(뿌리에 물이 고여 배추가 흐물흐물해지는 현상)이 유행해 배추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자가 지난달 말 방문한 강원 평창군 진부면 상진부리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만난 산지 유통인 이정길 씨는 “계획량의 4분의 1도 못 건졌다”며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무름병에 걸려 흐물흐물해진 배추 위로는 파리들이 윙윙거리며 날고 있었다. 지난달 상진부리에는 40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렸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돼 궁극적으론 고랭지 채소 재배지가 거의 사라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질 때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2013년 기준 3만2438ha)은 2020년에는 현재의 절반인 51%로, 약 40년 후인 2050년에는 지금의 7%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평창·대관령=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