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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아베의 퇴행적 역사인식에 일침 가한 무라야마

입력 | 2013-08-20 03:00:00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는 어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우선 고노 담화를 긍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일 양국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서로 이야기를 하고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 현 총리가 15일 열린 ‘전몰자 추도식’에서 역대 총리들과 달리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를 하지 않은 것도 비판했다.

‘고노 담화’란 1993년 8월 4일 미야자와 기이치 내각의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발표한 것으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내용이다. 당시 고노 장관은 “위안소는 군(軍)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관리 및 위안부 이송에 관해서는 옛 일본군이 관여했다”고 인정했다. 총리 재직 시절인 1995년 8월 15일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아시아 침략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내용의 ‘무라야마 담화’를 내놓았던 무라야마 전 총리가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로 연행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사실상 고노 담화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아베 총리의 태도에 일침을 가한 셈이다.

아베 총리는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일본 정부가 유엔여성기구의 분쟁 지역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금에 출연(出捐)하겠다는 내용의 연설을 할 예정이다. 그의 유엔 연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세계 각국에서 일본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는 데 따른 무마책으로 보인다.

무라야마 담화나 고노 담화가 나오던 약 20년 전만 하더라도 위안부 문제는 주로 한국을 비롯한 피해 당사국 사이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서 보편적 인권 문제로 부각되는 추세를 보인다.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부정하면서 다른 나라 성폭력 피해 여성을 지원하겠다는 발상이 국제사회에서 수용될지 의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어, 외교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협조하는 것이 두 나라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 한국이 일본 내 움직임에 일일이 반응하기보다는 때로는 대범하게 대응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본이 침략과 가해의 역사를 외면하고 피해자의 상처를 덧내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진정한 우호협력 관계 구축은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에 대해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일본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