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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51구역 외계인

입력 | 2013-08-20 03:00:00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존재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천문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칼 세이건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체를 우주에서 찾고자 하는 호기심은 외계지적생명체탐색(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그램을 출범시킬 정도로 강하다. 그러나 외계인은 이미 지구에 존재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 소문의 진원지가 미국 네바다 주 51구역이다.

▷51구역이 유명해진 것은 일명 ‘로스웰 사건’ 때문이다. 1947년 뉴멕시코 주 로스웰 공군기지 부근에 미확인비행물체(UFO)가 추락했는데 잔해와 함께 외계인 시체가 발견됐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농부의 연락을 받고 달려간 공군이 외계인 시체와 UFO 잔해를 수습해 현장에서 북서쪽으로 1000km 떨어진 네바다 주 51구역으로 가져가 몰래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지금도 키가 작고 머리는 크며 눈은 왕방울만 한 ‘그 무엇’이 ‘로스웰 외계인’이란 이름으로 떠돌아다닌다.

▷51구역 외계인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한다는 둥 별 소문이 다 나돌자 미국 공군은 1947년 발견된 잔해는 소련 핵실험을 소리로 감지하기 위해 띄운 기구(氣球)이며 외계인으로 오해받은 물체는 실험용 인체 모형이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사막의 비밀 기지라는 점만으로도 51구역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엑스파일’ ‘스타게이트’ ‘인디펜던스데이’ 등 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이곳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정보 공개 청구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51구역에 대한 국가안보문서보관소(NSA)의 자료를 공개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외계인은 보관하지 않고 있었다. 옛 소련의 공중감시를 했던 고고도(高高度) U-2 정찰기의 실험 장소였을 뿐이다. 사실 51구역이 군사시설임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다만 외계인에 대한 호기심이 이곳을 외계인 연구기지로 믿게끔 한 것이다. 지구 어딘가에 외계인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상상이 깨지면서 허탈감이 드는 이유는 뭘까. 진실이 항상 만족스럽지는 않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