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카파, 스튜디오에서 목탄이 달린 긴 대나무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마티스. 1949년, Gelatin silver printⓒ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 Magnum Photos Collection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1941년 십이지장암 수술을 받은 이후 건강이 악화돼 더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던 마티스에게 질병의 고통보다 더 무서운 것은 창작을 중단하는 것에 따른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노(老)대가는 절망하지 않고 중증환자도 얼마든지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대나무 막대와 가위로 그린 그림으로 보여주었다. 운명에 굴하지 않고 창작 혼을 불태우던 거장의 모습은 ‘20세기 전쟁 사진의 전설’로 불리는 로버트 카파에게도 큰 감명을 주었다.
사진은 방스(Vence)의 로자리오 성당 제단을 장식할 벽화 밑그림을 그리는 마티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인데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로버트 카파 탄생 100주년 기념사진전’에 가면 감상할 수 있다. 마티스의 어록에는 새로운 기법을 개발한 동기가 드러나 있다.
긴 장대 목탄으로 그려진 로자리오 성당 벽화는 한 예술가가 질병의 고통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최후의 순간에 어떤 영웅적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려주는 소중한 증거물이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