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티켓의 경제학
앰배서더 극장은 총 1080석. 최고가인 1층 중앙 프리미엄 존은 전체의 10%인 112석이다. 바로 아래 등급인 A존은 약 250석. 가격은 프리미엄 존의 절반 가까이로 뚝 떨어진다. 반면 1549석 규모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12만 원짜리 VIP석이 294석으로 전체의 19%다. 예매가 늦으면 최고가를 내고도 맨 뒤에서 5번째 줄에 앉아야 한다. 10만 원 받는 R석은 2층 맨 뒷줄을 포함해 총 578석에 이른다. VIP석과 R석 비중이 전체의 56%다. 2층 중앙 맨 앞자리는 해오름극장에서 R석이지만 앰배서더 극장에서는 4번째 등급인 C존으로 분류된다. ‘스칼렛 핌퍼넬’을 공연 중인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역시 총 1018석 중 13만 원 VIP석이 340석, 11만 원 R석이 350석으로 전체 68%가 R등급 이상 좌석이다.
기획사들은 또 “최근 10여 년간 국내 뮤지컬 티켓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기간 물가 상승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것. 하지만 김소영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같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할 수 있는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뮤지컬은 여전히 ‘비싼 상품’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급 문화상품이란 이미지를 위해 처음부터 고가 전략을 택했기 때문에 물가가 뛰어도 가격을 더 올리지 못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공연정보사이트 브로드웨이월드닷컴(broadwayworld.com)은 매주 공연별 티켓 평균 판매 가격과 최고가, 판매 좌석수와 총매출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제공한다. 이 통계는 공연 당일 현장 할인 판매 가격까지 포함한다. 뉴욕 브로드웨이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는 공연 전날까지 팔리지 않은 뮤지컬 당일 티켓을 최대 50%까지 할인 판매한다. 반면 지난해 ‘원스’처럼 매진이 이어질 경우 공연 기간 중 티켓 가격을 대폭 올리기도 한다. 작품에 따라, 또 판매 시점과 방법에 따라 탄력적으로 가격이 매겨지기 때문에 단순히 최고가와 평균가만 보고 “한국 뮤지컬 티켓 가격은 싸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