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비판한 ‘클래식 음악계의 낮과 밤’을 펴낸 윤혜경 뮤직필 대표. 그는 “원래 제목은 ‘음악시장, 깡통시장’이었는데 출판사에서 너 무 자극적이라며 격조 있게 바꿨다”며 웃었다. 뮤직필 제공
공연기획사 뮤직필의 윤혜경 대표(51)가 클래식 음악계의 현실을 낱낱이 밝힌 ‘클래식 음악계의 낮과 밤’(예솔·사진)을 최근 펴냈다. 그는 “몇 년만 음악계에 몸담으면 누구나 알게 되는 것들이지만 어느 누구도 드러내놓고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는다”며 “회사 문을 닫을 각오로, 고해성사 하는 심정으로 지난 2년간 고민하면서 썼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음대에서 음악이론을,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했고, 음악전문지 월간 ‘피아노음악’ 기자로 17년간 일한 뒤 2002년 기획사를 열었다.
“여러 음악회를 주최하면서 가장 마음 아픈 순간이 매표소 앞에서 티켓 여러 장을 손에 쥐고 서성이는 학생들을 볼 때였어요. 스승의 음악회 티켓을 여러 장 구입했지만 나눠줄 사람이 없는 거죠. 공연이 시작되면 티켓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음악계에서 가장 비참한 일이에요.”
그는 민간 기획사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획공연 대신 해외 유명 연주자나 연주단체, 공연 상품을 수입하고, 기업들은 스타 아티스트와 대형 공연에만 관심이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은 이미지 홍보나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대형 클래식 음악회를 후원, 협찬합니다. 말이 협찬이지 VIP석 단체구매로 보는 것이 정확하죠. 기업은 협찬금에 상응하는 티켓을 가져가는데, 티켓 가격을 보고 공연 수준을 판단하는 몰상식한 일도 벌어집니다.”
윤 대표는 “이런 책을 썼으니 앞으로 뮤직필이 대관이나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내년 4월까지 계획된 공연을 마친 뒤에는 ‘클래식 음악계의 낮과 밤’ 2탄 집필과 강의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