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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EMI클래식 빨간 딱지야, 굿바이!

입력 | 2013-08-20 03:00:00


“빨간 딱지야, 안녕!”

116년 전통을 지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클래식 레이블 EMI클래식이 지난달 말 워너뮤직그룹에 인수됐다. 노란색 로고로 ‘노란 딱지’로 불리는 도이체그라모폰(DG)과 양대 산맥을 이뤘던 EMI클래식은 9월부터 파란색 워너클래식 로고로 발매된다.

EMI 소속 아티스트들은 EMI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떠날 사람은 떠난 상태다.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절 케네디와 피아니스트 레이프 안스네스는 소니로, 피아니스트 리윈디는 DG로 갔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과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도 EMI를 떠났지만 아직 정착한 곳은 없다.

올가을 파란 로고를 새로 붙이고 나올 주요 앨범으로는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라흐마니노프 관현악집이 있다. 70년 동안 EMI 전속 연주자로 살았던 바이올린 거장 예후디 메뉴인(1916∼1999)의 초기 레코딩도 시리즈로 선보인다.

음반 시장 불황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던 EMI는 지난해 11월 음반사업 부문은 유니버설뮤직그룹에, 출판 부문은 소니에 분할 매각했다. 하지만 독과점 문제로 유니버설뮤직이 EMI클래식과 산하 레이블인 버진클래식을 워너뮤직에 다시 팔았다.

계약에 따라 9월부터는 EMI클래식 로고를 단 음반을 새로 제작할 수 없고 재고만 팔아야 한다. 그리고 6개월 뒤인 내년 2월에는 빨간 딱지를 단 음반 재고도 전 세계적으로 일괄 폐기하게 된다.

세부적인 사항을 들여다보면 다소 복잡하다. 유니버설은 EMI클래식의 음원을 워너에 다 넘겼지만 빨간색 로고는 팔지 않았다. 또 EMI클래식의 미국, 한국, 덴마크 등 일부 국가 지사에서 발매한 음반은 워너 인수에 포함되지 않고 유니버설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나온 사라 장의 1, 2집, 한국에서 발매돼 세계 시장으로 나간 피아니스트 백혜선, 첼리스트 양성원 음반의 판권은 유니버설에 속하게 됐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