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대통령, 전월세난 시급한 해결 주문… 전문가들 “매매수요 살리는 게 해법”
○ 월세 소득공제 확대 거론
국토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다양한 방안이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우리나라 주택임대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전세나 월세 전환으로 매달 현금 부담이 늘어나는 세입자들을 위해 현재 상한액이 400만 원인 월세 소득공제액을 확대하고, 월세 체납에 대한 집주인들의 불안을 덜 수 있도록 금융기관이 월세 임대료 보증상품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는 부작용이 많다는 이유로 정부가 반대하고 있지만 앞으로 당정 협의와 정기국회 논의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전월세 상한제는 전월세 계약기간 2년이 지난 뒤 임차인이 희망하면 1회에 한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하고, 계약갱신 때 전월세금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월세 상한제가 득(得)보다 실(失)이 많은 정책이라며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월세 상한제는 민간 임대주택의 공급을 줄이는 역효과를 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전월세 상한제의 부작용을 고려해 전면 도입은 반대하되 현행법상 임대료 상승률이 연 5%로 제한돼 있는 매입 임대사업자에 한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전세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대출이 늘면 단기적으로 수요를 늘려 전세금이 더 오르는 부작용이 있다며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싼 이자의 전세자금 대출은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세금 급등의 근본 원인이 집값 하락에 따른 주택거래 침체에 있는 만큼 현재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같은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주택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의 전세 수요를 매매로 돌릴 수 있도록 취득세 영구 인하와 같은 거래 활성화 방안을 빨리 입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꺾이지 않는 전세금 상승세를 감안하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전세시장에서는 전세 매물이 동이 나면서 전세금이 연일 치솟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0.13% 올라 전세금이 급등했던 2011년 9월 가을 이후 주간 기준으로는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52주째 상승세가 이어진 것. ‘KB부동산 알리지’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전국에서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60%를 넘는 아파트 비율도 72.5%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 말(34.7%)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반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한 달에 100만 원 안팎이나 수백만 원의 월세를 내는 반전세로 옮기는 세입자가 크게 늘고 있다. 국토부가 5월 발표한 ‘2012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월세(반전세·월세·사글세 포함) 비중은 22.95%(2012년 말 기준)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세 비중 29.32%와도 큰 차이가 없었다.
이태훈·정임수·장윤정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