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
9일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선 쟁점을 놓고 세 명의 여성이 진실공방을 벌였다. 왼쪽부터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 김수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팀 분석관,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 권 과장은 국정원 댓글사건 당시 수사 책임자였고 김 분석관은 댓글 분석 실무를 맡았다. 김재명 이훈구 기자 base@donga.com
○ 김용판 ‘수사 축소’ 외압 있었나
국정원 댓글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경찰 수사책임자였던 권 수사과장은 “댓글 의혹 수사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12일 김 전 청장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올 6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알려진 내용을 직접 증언한 것이다.
권 수사과장은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11시 수서경찰서가 ‘국정원이 박근혜 문재인 대선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댓글을 달지 않았다’는 취지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선거법 위반 혐의 자료를 빼고 은폐·축소한 것으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며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한 부정한 목적이었음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권 수사과장은 감정이 북받쳐 증언 도중 한때 울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분석을 담당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직원 13명은 한목소리로 “어떤 형태의 외압도 없었다. 최대한 공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했다.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강조했다.
○ 경찰의 댓글 분석 공정했나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댓글 분석 실무를 맡은 김수미 분석관은 ‘국정원 댓글 수사를 축소·은폐했다’는 야당의 추궁과 ‘서울지방경찰청이 댓글 수사에 협조를 해주지 않았다’는 권 수사과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 국정원 여직원 감금으로 볼 수 있나
권 수사과장은 “당시 김 씨의 오피스텔 앞에 (수서경찰)서장을 비롯해 각 과장들, 방범순찰대원들까지 많은 인원이 출동했다”며 “(김 씨는) 저와 계속 통화했고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 감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이 “심리적 압박만으로도 감금이 된다는 판례가 있다”고 하자 김 씨는 “3일간 감금당했다. 가족도 못 만나고, 음식물을 전해주는 것조차 협조가 안 됐다”며 “PC 제출 부분은 제가 협조할 수 없다고 처음부터 말했는데도 현장에 와 있던 권 수사과장이 ‘제출하지 않으면 상황통제가 어렵다’는 말만 했다”고 말했다. 이날 신변보호를 위해 가림막 속에서 증언한 김 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정말 위급하고 무서웠던 공포스러운 상황으로 기억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권 수사과장은 “PC 제출 안 하면 못 나온다고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 “노무현 정부 때도 심리전단 활동했다”
김 씨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한 상부에서 조직적 댓글 작업을 통한 선거 개입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선거 개입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김 씨는 “원 전 원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이 선거 개입을 위해 댓글 작성 지시를 했느냐”는 질문에도 “북한과 종북세력의 선전선동에 대응하기 위한 활동”이라며 “정치나 선거 개입이라는 인식을 갖고 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원 내 사이버심리전단 창설 여부를 묻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의 질의에 “2005년에 창설돼 정책홍보활동을 했다고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민 전 단장도 “2006년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저희 심리전단 직원들이 댓글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창봉·황승택·권오혁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