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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오전내 가림막 공방… 증인들 말 한마디 못해

입력 | 2013-08-20 03:00:00

“떼거지” “구제불능” 막말-욕설… 조명철 “권은희, 광주경찰이냐”
지역감정 자극 발언 논란도




가림막 사이 드러난 국정원 명패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현직 국정원 직원들이 가림막 뒤에 마련된 증인석에 앉아 국조특위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가림막 사이로 증인 민 국장, 박 국장 등의 명패가 보인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 규명에 관한 국정조사특위의 19일 증인 청문회에서도 정제되지 않은 언사와 고성, 욕설은 끊이지 않았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실의 조사 동영상을 왜곡·조작했다”고 주장하자 정 의원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더니…”라며 반박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특위 여당 의원들은 삿대질과 큰 소리로 응수했고 나중에 김 의원은 자신의 심문 차례가 다시 돌아오자 “정청래 의원이 돼지라고 부른 김태흠입니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과도 막말 싸움을 벌였다. 정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하는 동안 이 의원이 자꾸 끼어들자 “막말대왕은 이장우 의원이야”라고 쏘아붙였고, 이 의원은 질세라 “어디서 반말이야”라고 소리쳤다. 말싸움이 계속되다 이 의원이 청문회장에 방청 온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떼거지”라는 표현을 쓰자 정 의원은 “이 의원은 ‘선구자’네요. 선천적 구제불능자”라고 공격했다. 김현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여성 의원 7명은 청문회 도중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야유를 퍼붓고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결국 막말은 욕설로 변했다. 국정원 여직원 감금 논란과 관련해 김현 의원 대신 증인을 자처해 출석한 강기정 의원에게 이장우 의원이 “폭력의원”이라고 한 게 단초였다. 강 의원은 이 의원 자리로 가서 책상을 내리치며 “내가 폭력의원이야? ××”라고 욕을 했고, 이 의원은 “뭐, ××라고?”라며 맞받은 것. 결국 새누리당 의원들은 “강 의원 사과”를 요구하며 청문회장을 떠나 40분간 개회가 지연됐다.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한 축소수사 주장에 대해) 동료 경찰들은 다 부인하고 있다”며 “권 전 과장은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라고 물었다. 권 전 과장은 “무슨 말이냐. 당연히 대한민국의 경찰이다”라고 맞받았다. 정청래 의원은 조 의원에게 “지역감정 조장하는 말을 왜 하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김태흠 의원은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번에(16일 청문회에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향해) TK 어쩌고 하지 않았느냐. 광주의 딸이라고 한 것도 민주당이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현직 국정원 증인 4명의 신변보호를 위해 유례가 드물게 가림막을 치고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신경전도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흰색 가림막이 얼굴만 가려야 한다고 주장해 증인의 몸 전체를 가렸던 가림막을 가슴 위로만 치도록 했다. 박영선 의원이 가림막 뒤 여직원 김 씨가 진술이 적힌 종이를 보고 읽는다고 주장하자 김 씨는 종이를 부채로 바꿔 쥐기도 했다. 통진당 이상규 의원은 “여직원 김 씨가 옆자리 민모 국장이 적어준 문건을 읽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진기자들이 가림막 틈새로 김 씨의 얼굴을 찍으려고 해 민 국장이 종이로 가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 26명에 대한 질의는 여야 의원들이 오전 내내 가림막을 왜 쳐야 하느냐를 놓고 공방을 벌이다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2시간 반가량 말 한마디 못하고 여야 의원들의 공방을 지켜본 셈이다.

민동용·길진균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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