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본사 식당 식재료도 제주서… “말의 고향 도와야죠”
“갈치 정말 신선하네요” 14일 제주 동문재래시장을 찾은 한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 직원들이 갈치를 고르고 있다. 지난해 동문재래시장과 자매결연한 마사회는 서울과 제주의 직원식당에서 사용하는 식자재를 이 시장에서 구매하고 있다. 제주=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직원식당 수산물은 전통시장에서
마사회는 말(馬)의 고향 제주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동문재래시장과 지난해 4월 자매결연을 했다. 이때부터 경기 과천시에 있는 본사와 제주지역본부 임직원 식당의 수산물은 이 시장에서 구매한다. 직원들이 시장에 직접 나가 수산물을 선별한 뒤 택배로 주문하는 식이다. 추석·명절·창립행사 등 각종 기념일에 지급하는 기념품도 모두 시장에서 산다. 지난해 마사회가 이 시장에서 식자재로 구매한 수산물만 1400만 원어치에 이른다.
부식을 고른 직원들은 시장 내 횟집에서 부서 회식 겸 점심식사를 했다. 이날의 메뉴는 싱싱한 한치 물회. 마사회는 매월 1회 부서별로 ‘전통시장 가는 날’을 시행하면서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봉사활동비도 지원한다. 정경수 제주지역본부 차장은 “직원 식당에 오르는 메뉴를 시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믿음이 간다”며 “재료가 싱싱하고 맛있어 예전보다 시장을 자주 찾게 됐다”고 말했다.
○ ‘전국구 시장’, 이제는 세계로 뛴다
이렇게 시장이 활성화된 배경에는 상인들의 숨은 노력이 있다. 경기침체와 대형 유통업체들의 공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설을 현대화하고 품질을 확보하면서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다. 김원일 상인회장은 “2.5km 떨어진 하나로마트에서 대규모 식자재 전문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상품 고르는 눈이 까다로운 식당 주인들에게 품질로 승부했다”며 “이제 제주시내 식당 4000여 곳 가운데 70%가 우리 시장에서 식자재를 구매한다”고 말했다.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들에게도 이제 동문재래시장은 필수 방문코스가 됐다. 갈치·옥돔·참조기 등 지역 특산 수산물과 가공품 등 23개 품목에 대해 원산지 표지판도 중국어·일본어·영어를 함께 표기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 시내 식당들도 잘되고 식자재를 주로 파는 우리 시장도 덩달아 잘된다”며 “일본인들은 김, 과일, 젓갈류 등을 많이 사 가는데 앞으로 중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식자재를 개발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시설 현대화와 주차장 확보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숙원 사업이다. 김원일 회장은 “낡은 캐노피(차양막) 시설을 아케이드로 현대화하고, 현재 주차장을 복층화해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숙원 사업”이라며 “시장 입구에 서울 광장시장처럼 야식코너를 만들어 하루 종일 북적이는 시장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주=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