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업과 함께, 부활 전통시장] 한국마사회-제주 동문재래시장

입력 | 2013-08-20 03:00:00

과천 본사 식당 식재료도 제주서… “말의 고향 도와야죠”




“갈치 정말 신선하네요” 14일 제주 동문재래시장을 찾은 한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 직원들이 갈치를 고르고 있다. 지난해 동문재래시장과 자매결연한 마사회는 서울과 제주의 직원식당에서 사용하는 식자재를 이 시장에서 구매하고 있다. 제주=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혼저 옵서. 놀멍 놀멍 봅서(어서 오세요, 천천히 보세요).” 이국적인 사투리가 생선만큼이나 팔딱팔딱 뛴다. 14일 찾은 제주 제주시 이도1동 동문재래시장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도 손님들로 가득 차 활기가 넘쳤다. 이때 시장에 파란 조끼를 입은 사람 10여 명이 나타나자 상인들이 반색했다. “잊지도 않고 또 왔네. 오늘 은갈치 물 좋으니 한 마리 가져가셔….” 시장을 찾은 이들은 한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 총무팀 직원들. 지난해부터 마사회는 임직원 식당 부재료 가운데 수산물을 꼭 동문재래시장에서 구매한다. 》

○ 직원식당 수산물은 전통시장에서

마사회는 말(馬)의 고향 제주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동문재래시장과 지난해 4월 자매결연을 했다. 이때부터 경기 과천시에 있는 본사와 제주지역본부 임직원 식당의 수산물은 이 시장에서 구매한다. 직원들이 시장에 직접 나가 수산물을 선별한 뒤 택배로 주문하는 식이다. 추석·명절·창립행사 등 각종 기념일에 지급하는 기념품도 모두 시장에서 산다. 지난해 마사회가 이 시장에서 식자재로 구매한 수산물만 1400만 원어치에 이른다.

직원들은 예전부터 안면을 튼 생선가게 몇 곳을 돌아다니며 생선도 고르고 가게 사장들과 안부도 주고받았다. 오이수산 조경화 사장(37·여)은 “적을 때는 5만∼10만 원, 명절 등에는 200만∼400만 원씩 대량 구매할 때도 있다”며 “한 번 맛을 본 마사회 직원들이 주변 분들에게 소개하면서 우리 가게를 찾는 단골이 크게 늘었다”며 웃었다.

부식을 고른 직원들은 시장 내 횟집에서 부서 회식 겸 점심식사를 했다. 이날의 메뉴는 싱싱한 한치 물회. 마사회는 매월 1회 부서별로 ‘전통시장 가는 날’을 시행하면서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봉사활동비도 지원한다. 정경수 제주지역본부 차장은 “직원 식당에 오르는 메뉴를 시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믿음이 간다”며 “재료가 싱싱하고 맛있어 예전보다 시장을 자주 찾게 됐다”고 말했다.

○ ‘전국구 시장’, 이제는 세계로 뛴다

동문재래시장은 제주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전통이 있는 시장. 인근 동네 주민들만 들르는 수준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물건을 택배로 주문하는 ‘전국구 시장’이다. 특별한 제조업이 없는 제주도에서 이 시장은 지역경제의 허리 역할까지 하고 있다. 매일 평균 8000∼1만 명이 시장을 찾고 하루 매출액이 5억 원을 넘는다. 2010년 중소기업청 시장활성화평가에서 전국 1517개 시장 가운데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장이 활성화된 배경에는 상인들의 숨은 노력이 있다. 경기침체와 대형 유통업체들의 공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설을 현대화하고 품질을 확보하면서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다. 김원일 상인회장은 “2.5km 떨어진 하나로마트에서 대규모 식자재 전문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상품 고르는 눈이 까다로운 식당 주인들에게 품질로 승부했다”며 “이제 제주시내 식당 4000여 곳 가운데 70%가 우리 시장에서 식자재를 구매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이벤트도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제주시 조리사협회와 자매결연해 주 2회 요리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요리사와 함께 시장에서 직접 신선한 식자재를 고른 뒤 요리비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시장을 방문한 뒤 벤치마킹했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고객들을 위한 요가교실도 열고, 상인들이 신명나게 일하면서 고객 서비스가 좋아질 수 있도록 노래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들에게도 이제 동문재래시장은 필수 방문코스가 됐다. 갈치·옥돔·참조기 등 지역 특산 수산물과 가공품 등 23개 품목에 대해 원산지 표지판도 중국어·일본어·영어를 함께 표기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 시내 식당들도 잘되고 식자재를 주로 파는 우리 시장도 덩달아 잘된다”며 “일본인들은 김, 과일, 젓갈류 등을 많이 사 가는데 앞으로 중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식자재를 개발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시설 현대화와 주차장 확보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숙원 사업이다. 김원일 회장은 “낡은 캐노피(차양막) 시설을 아케이드로 현대화하고, 현재 주차장을 복층화해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숙원 사업”이라며 “시장 입구에 서울 광장시장처럼 야식코너를 만들어 하루 종일 북적이는 시장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주=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