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옥탑방-비닐하우스 등 생활… 2010년 기준 모두 129만명 달해
여섯 살 김주희(가명) 양은 태어날 때부터 경기 남양주시 도농동의 한 공터에 있는 컨테이너에서 생활했다. 주희 같은 어린이에게 6.61m²(약 2평) 남짓한 컨테이너 생활은 쉽지 않았다. 겨울철에는 물도 잘 나오지 않아 거의 씻지 못했다. 용변도 컨테이너 옆에 설치된 불결한 이동식 간이 화장실에서 해결해야 했다. 아버지 김모 씨(53)는 일용직 일을 전전하며 생활하다 고질인 무릎 통증과 목 디스크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컨테이너로 들어오게 됐다. 현재 그는 한 달에 약 53만 원의 기초생활수급비로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 씨는 “겨울이면 컨테이너가 어는 것같이 너무 춥다”며 “주희가 항상 감기를 달고 살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주희 양처럼 주거 빈곤 상태로 생활하는 아동(20세 미만)이 전체 아동 10명 중 1명에 이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아동복지 전문기관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2010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택법에 정해진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 지하 및 옥탑방, 비닐하우스 등에 거주하는 주거 빈곤 아이들이 총 129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시도별로는 서울(19.7%), 시군구별로는 서울 금천구(31.9%), 읍면동별로는 경기 시흥시 정왕본동(69.4%)이 전체 아동 중에서 주거 빈곤 아동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하 거주 아동(23만 명)은 성인을 포함한 전체 지하 거주 인구(114만 명)의 20%를 차지했다. 또 50만 한부모 가정 중 11만5000가구가 주거 빈곤 상태이고 7만 소년소녀가장 중 2만5000가구가 주거 빈곤층에 속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은 “아동기에 열악한 주거환경에 노출된 경우 성인이 돼서도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우울증 및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