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잠자코 있지는 않았다. 16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스페인이 자유통행을 보장한 유럽연합(EU)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며 “조사단을 파견해 증거를 수집해 달라”고 EU에 공식 요청했다. 또 “오래전 계획된 일상적 훈련”이라며 지브롤터 해역에 항공모함 일러스트리어스호와 호위함대 등을 파견할 방침이다. 스페인은 지브롤터행 영국 항공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불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군사·산업적 요충지에 있는 지브롤터를 둘러싼 영국과 스페인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브롤터는 스페인 영토 남단에 있는 영국의 해외 속령으로 약 6.8km²(서울 여의도 면적의 3분의 2)에 3만여 명이 살고 있다. 1713년 에스파냐(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에 개입한 영국이 승리하면서 위트레흐트 조약에 따라 영구 할양받아 지배하고 있다.
반면 스페인은 지브롤터 영해권을 영국이 행사하는 것을 ‘목의 가시’로 여기고 있다. 자국 앞 바다를 영국이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스페인 부자들이 세율이 낮은 지브롤터를 조세피난처로 이용하고 있는 것도 불만이다.
스페인은 포클랜드 전쟁으로 영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아르헨티나와 손잡고 지브롤터 문제를 올해 안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유엔 결의안 1514호는 ‘영토 통합을 막는 시도는 유엔 헌장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히고 있다. 스페인은 이를 근거로 원래 스페인 땅이었던 지브롤터와 스페인의 통합을 영국이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지브롤터 주민들이 이미 1967년과 2002년 투표를 통해 속령으로 남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들어 스페인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2002년 투표에서는 투표자의 99%가 영국을 택했다. ‘지중해의 입구’ 지브롤터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은 앞으로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