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열대야로 열매 제대로 못자라… 농협 “大果비율 예년의 절반 그칠듯”
해남-진도-신안 등 서도 밭작물피해… 道, 가뭄대책비 27억 국고지원 건의
계속되는 무더위 때문에 전남지역 농작물이 타들어가고 있다. 20일 전남 강진군 신전면에서 강진소방서 대원들이 소방차를 동원해 콩밭에 물을 주고 있다. 강진군 제공
20일 나주배 원예농협에 따르면 조생종을 중심으로 배 수확이 이뤄지고 있으나 예년보다 대과(大果) 비율이 크게 낮은 상태다. 보통 배 100개를 수확할 때 40∼50개는 대과로 분류되지만 현재 작황을 고려하면 20∼30개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과수원에 관수(管水)시설이 마련돼 있지만 폭염과 고온 탓에 물이 빨리 증발하면서 충분한 수분 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밤 온도가 20도 이하로 내려가야 영양공급이 활발해져 열매가 잘 크지만 최근 보름 넘게 열대야 현상이 지속되면서 열매가 잘 자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태풍 ‘볼라벤’이 강타하면서 낙과 피해를 본 배 재배농가들은 올해는 폭염으로 수확감소까지 우려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나주, 영암지역은 전국 배 재배면적의 20%가량인 3100ha를 재배하고 연간 8만5000여 t을 생산하는 주산지이다. 나주 영산포 농협 박석훈 상무는 “가뭄이 심한 밭에는 관수시설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올해 배 수확량은 평년보다 20∼30%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농작물 피해가 확산되자 전남도는 이날 저수지 준설과 하상 굴착 등에 필요한 가뭄대책 사업비 27억 원을 국고에서 지원해줄 것을 긴급 건의했다. 올 들어 지금까지 전남도내 강우량은 777mm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78% 수준에 불과하고 저수율마저 55.8%로 지난해보다 3.0%포인트 낮다. 도는 정부에 건의한 가뭄 대책비가 이번 주 내에 배정될 것으로 보고 지방비 7억 원을 더해 총 34억 원을 가뭄이 심한 지역의 저수지 준설과 하상 굴착, 간이 용수원 개발 등에 지원할 방침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