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순석 샤프 에비에이션케이 사장
항공기 지상 조업 및 정비전문 회사 샤프 에비에이션케이의 직원들이 인천공항에서 화물을 비행기에 싣는 작업을 하고 있다. 샤프 에비에이션케이 제공
국내 항공기 지상 조업 전문회사인 샤프 에비에이션케이의 백순석 사장(59·사진)은 19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회사의 향후 전략을 이같이 설명했다. 지상 조업이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데 필요한 터미널 수속, 기내 청소, 항공기 견인, 급유, 기내식 탑재 작업 등을 말한다.
샤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대형 항공사 계열의 조업사인 ‘한국공항’이나 ‘아시아나에어포트’와는 처한 상황이 다르다. ‘큰형’ 격인 항공사가 없는 순수 조업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묵묵히 내실 쌓기에 주력한 덕분에 급유, 터미널 수속 업무 전반은 물론이고 항공기 정비에서도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샤프는 백 사장의 부친인 백종근 회장(85)이 1964년 미국 노스웨스트항공의 항공권 판매 총대리점을 열면서 출발했다. 1983년 입사한 백 사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수많은 항공사의 부침을 목격했다. 그는 “대리점 업무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었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했다”라며 “항공사는 망해도 항공기는 없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우리 회사의 해답도 항공기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결국 샤프는 2002년 세계적 항공조업사인 멘지스가 한국 진출 1년 만에 철수할 때 면허를 인수했다. 멘지스가 조업에 필요한 기본 시설이 턱없이 열악했던 한국의 공항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철수한 시장을 파고든 것이다. 하지만 환경이 바뀐 건 없었기 때문에 멘지스의 고통까지 고스란히 넘겨받아야 했다. 항공사들은 냉정했고, 완벽하지 않으면 일감을 주지 않았다.
“사업 시작 후 2, 3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 B-747 화물기 1대를 조업하는 게 유일한 일감일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항공 산업이 발전하는 한 이 사업은 꼭 필요한 분야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백 사장의 믿음처럼 실제로 항공화물 시장이 계속 커졌고, 한국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도 지속적으로 늘었다. 세계적으로 저비용항공사(LCC)가 증가한 것도 샤프에는 기회가 됐다. 또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 항공사와 정면경쟁을 벌여야 하는 외국 항공사들은 탑승객 수나 항공정비 현황 등 내부 정보가 샐 것을 염려해 ‘제3자’ 위치에 있는 샤프를 조업 파트너로 선택하기도 했다.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백 사장은 1981년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뉴욕대 한국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땀 흘려 일하는 직원들이 더 중요하니 직원들의 모습을 내보내 달라”며 사진 촬영을 고사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