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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G20 회의서 한일 정상 만나 대화채널 열어야

입력 | 2013-08-21 03:00:00


일본 정부가 다음 달 5,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한일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한일 정상이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2011년 12월이다. 지난해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에 민간 교류를 제외한 한일 관계는 사실상 단절됐다.

한일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과거사 해결을 정상회담의 전제로 삼을 경우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과거사와 그 밖의 문제는 분리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할 사안이 많다는 이유를 든다. 한일 간에는 북한 핵 문제, 급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대응, 경제 문제 등 협력해야 할 사안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일본의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 정상회담 반대 쪽에서는 동북아 지역에서 우군을 잃고 다급해진 일본이 내민 손을 우리가 덥석 잡을 필요가 없으며 정상회담 직후 일본이 또다시 과거사를 부정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경우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별도의 양자회담이 아니라 다자회담 기간에 약식 정상회담을 하자는 제의까지 내치는 것이 득책(得策)은 아니다. 일본이 과거사와 독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납득할 만한 언급을 할 때까지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 다만 이와 별도로 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를 만들고, 정상 간 대화채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회담을 하는 것이 좋다. 아베 신조 총리가 앞으로 3년간 집권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일본 정부부터 정상회담의 여건을 마련하려는 미래 지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아베 총리는 “침략의 정의는 확실치 않다”고 발언해 한국을 자극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참배하지 않았으나 8월 15일 전몰자 추도식에서는 침략행위에 대한 반성, 부전(不戰) 결의 등을 하지 않아 국내외의 비난을 자초했다. 만약 일본이 진정으로 관계 정상화를 원한다면 이웃 국가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망언을 삼가야 한다. 실무자 협의를 통해 사전 정지작업이 가능할 것이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첫 만남에서 얼굴 붉히는 일이 생겨선 안 된다. 일본의 태도에 따라서는 실질적인 정상회담이 상당 기간 열리지 못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