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다음 달 5,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한일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한일 정상이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2011년 12월이다. 지난해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에 민간 교류를 제외한 한일 관계는 사실상 단절됐다.
한일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과거사 해결을 정상회담의 전제로 삼을 경우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과거사와 그 밖의 문제는 분리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할 사안이 많다는 이유를 든다. 한일 간에는 북한 핵 문제, 급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대응, 경제 문제 등 협력해야 할 사안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일본의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 정상회담 반대 쪽에서는 동북아 지역에서 우군을 잃고 다급해진 일본이 내민 손을 우리가 덥석 잡을 필요가 없으며 정상회담 직후 일본이 또다시 과거사를 부정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경우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별도의 양자회담이 아니라 다자회담 기간에 약식 정상회담을 하자는 제의까지 내치는 것이 득책(得策)은 아니다. 일본이 과거사와 독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납득할 만한 언급을 할 때까지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 다만 이와 별도로 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를 만들고, 정상 간 대화채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회담을 하는 것이 좋다. 아베 신조 총리가 앞으로 3년간 집권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