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쓰는 복지’ 한계 뻔하고 공공부문 비대화도 역효과 크다규제와 기득권 구조 깨면 일자리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어느덧 임기 반년 흘러간다… ‘일자리 경제’ 대통령 직접 나서야
배인준 주필
박근혜 정부가 끝나는 2018년까지 130만∼140만 명이 은퇴자가 되어 일터를 떠날 것이라는 추계가 있다. 가족을 두 명꼴로 치면 대략 400만 명, 인구의 8%가 5년 내 신(新)은퇴 쇼크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다. 인생 90세를 내다보는 시대에 ‘할 일 없이’ 30, 40년을 사는 것이 쉬울 리 없다. 아들딸이라도 일자리가 있어야 덜 막막할 텐데, 은퇴와 청년실업이 겹치면 설상가상이다.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지만 점점 수출만으로 지탱하기 힘든 나라가 되고 있다. 내수(內需)시장, 국내에서 돈이 도는 시장을 획기적으로 키우는 일이 숙제 중의 숙제이다. 시장이 커져야 일자리가 늘고, 일자리가 늘어야 시장이 커진다.
일자리가 중요하다고 해서 세금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국가 전체로, 중장기적으로 역효과가 크다. 헬스케어 같은 특별한 분야를 제외한 공무원 증원은 경제의 악순환을 부를 것이다. 공무원은 정책·행정 서비스만 하는 천사가 아니다. 정책·행정 권력은 규제 권력이다. 공무원이 곧 규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관민 관계의 현실이다(관민 관계를 민관 관계로 뒤집어 말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소위 경제민주화법도 그 뼈와 살이 다 규제이다. 이런 규제 사슬이 알게 모르게 투자를 막고 일자리를 없앤다.
일자리의 천적(天敵)이 규제인 것이다. 규제 때문에 못 하는 대·중·소 투자가 널려 있고, 그런 투자가 결국 해외로 빠져나가 국내의 잠재적 일자리가 더 사라진다. 대기업슈퍼마켓(SSM)을 규제했더니 자영업 성공 사례가 잇따르고 자영업 일자리가 SSM 일자리 감소분을 메우고도 남을 만큼 늘어나던가. 면세점과 외국인 상대 카지노의 신규 투자를 막고, 외국인 상대 영리병원을 불허하는 규제를 풀면 관광산업이 커지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이것이 곧 ‘불러들이는’ 내수 확대책이다. 그럼에도 정치·행정 권력, 기존 업계 및 노동 기득세력의 단단한 이익연대(連帶)가 규제 사슬을 유지 강화함으로써 경제 활성화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방해한다.
관광단지에 휴양 주거시설을 만들 수 있도록 하자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일부 부유층을 위한 시설’이라는 이유로 반대에 부닥쳐 있다. 시장자본주의 사회에 빈부격차가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북한은 말할 나위도 없고 공산주의 국가는 더 극단적인 격차를 증명했다). 부자에 대한 질시(嫉視)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선진국이 되겠다는 세계 10위권 경제국가에 ‘관광단지 휴양주거시설 불허’라니, 시대착오적이다. 전국 곳곳에 그런 시설이 있으면 그 후방연쇄 효과로 일자리도 늘어날 텐데, 참으로 꽉 막혔고 어리석다.
지금 전월세 대란이 발등의 불이지만 이 역시 시장원리를 무시한 ‘부자 응징 법률’과 무관하지 않다. 다주택자에게 중과(重課)하는 양도세를 낮춰 매매 수요와 전월세 물량 확대를 유도했더라면, 또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임대 물량 증대를 꾀했더라면 서민 주택난을 다소나마 덜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것이 세금 쓰지 않는 복지이다. 주택시장이 활성화되면 관련 분야 일자리도 다시 생겨날 터이다. 그런데 야당은 부자(다주택자) 잘되는 것은 못 봐 준다며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와 단기 양도세율 인하를 막고 있다. 을(乙)을 위한다며 을을 괴롭히는 정치 아니고 무엇인가. 갑(甲) 중의 갑, 기득권층 정치인들의 위선이 역겹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