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정, 양도세 중과 폐지-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재추진
전월세난 머리 맞댄 당정 20일 새누리당과 정부의 당정협의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김기현 정책위원회 의장(오른쪽) 등 새누리당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정부 여당이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핵심은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등 거래 활성화 대책이 가을 정기국회에서 통과될지 여부이기 때문이다.
○ 전월세난 해소 위한 ‘1석 3조’ 카드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이 전월세난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대안으로 꼽고 있다. 전세 공급을 당장 크게 늘리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전세 수요를 매매로 돌리는 ‘수요 분산’이 가장 효과적인데 두 방안이 매매수요 증가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
두 방안은 특히 정부가 별도의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도 주택거래 활성화와 전월세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1석 3조’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임대주택은 짓는 데 정부 재정이 들어가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은 정부가 돈 한 푼 안 쓰고 전월세 시장 안정과 경기부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라고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면 전세시장에 공급을 당장 늘리는 효과도 있다. 임대아파트를 지으려면 최소 2년이 걸리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해 돈이 있는 사람들이 집을 구입하면 전세시장에 당장 매물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민주당은 반대 입장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 “전세대란이 발생한 지 한참인데 수수방관하던 정부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얼렁뚱땅 정책을 내놨다”며 “지난해 대선 때 제시한 공약의 재탕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특히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하기 위해 내놓은 거래 활성화 방안에 대해선 “돈 없어서 빚 얻어 전세 사는 서민들에게 또 빚 얻어 집을 사라고 하는 대책에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전월세 문제 해결책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추진하고 있다. 세입자가 희망하면 1회에 한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허용하되 집주인과 세입자가 전월세 계약을 갱신할 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 정기국회 ‘빅딜’ 가능성
현재 정부와 여당은 공식적으로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내부에서는 “전월세 상한제는 여야가 국회에서 논의할 몫”이라며 빅딜 가능성에 여지를 두면서 전월세 상한제 전면 수용과 일부 수용 등 여러 경우의 수에 대비한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1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등에 민주당이 합의할 경우 전월세 상한제를 포함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에 전향적으로 합의할 수도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문제는 민주당 측이 “빅딜은 없다”고 못을 박고 있다는 점이다. 또 빅딜을 통해 거래 활성화 방안을 시행하더라도 시장원리에 반하는 전월세 상한제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정부 여당의 고민이다. 일례로 1989년 전세난이 사회문제화하자 정부는 의무전세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다. 그러자 집주인들은 전세금을 큰 폭으로 올렸고, 그해 서울 전세금이 23% 이상 급등하면서 세입자들은 큰 고통을 겪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월세 상한제는 당장 치솟는 가격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공급을 줄이기 때문에 전셋집 찾기는 더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상한제가 도입된다 해도 순수 월세, 반(半)전세, 전세 등 다양한 임대차 계약이 혼재돼 있어 실제 정책을 집행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정임수·민동용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