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용필(조용필) 다음은 용팝(크레용팝)’이란 말까지 만들어 낸 ‘귀요미’ 걸그룹이 때아닌 이념 논쟁에 휩싸였다. 방송인 김제동처럼 어록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빠빠빠’에 무슨 숨겨진 암호라도 있는 것일까. 논란은 6월 한 멤버가 트위터에 ‘오늘 여러분 노무노무(너무너무) 멋졌던 거 알죠?’라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어 지난달 소속사에서 올린 동영상에서 한 멤버가 커피를 가져오며 쩔뚝거리자 다른 멤버가 “쩔뚝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면서 확산됐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면 극히 정상이다.
▷‘노무노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쩔뚝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한 표현이라는 게 일부 누리꾼의 주장이다. 강경 우파 성향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에서 널리 쓰이는 표현이란다. 이런 ‘맥락 없는’ 공격에 화가 난 크레용팝의 한 멤버는 이런 글을 올렸다.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의(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矣).’ 돼지 눈에는 돼지만,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뜻이다. 그러자 좌파 진영 누리꾼들은 들끓었다. 너무 똑똑해도 화를 부른다.
이재명 논설위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