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기업 예방비용 줄인 탓”
지난달 1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배수지에서 상수도관 부설 공사를 하던 근로자 7명이 갑자기 들이닥친 강물에 휩쓸려 숨졌다. 집중호우로 한강 수위가 급격히 올라간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다가 빚어진 참사였다. 불과 보름 뒤 서울 강서구 방화대교 근처 고가도로 공사 현장에서 상판이 떨어져 인부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두 사고에서 죽거나 다친 근로자들은 모두 하도급업체 소속이었다. 이들 가운데 6명은 외국인 근로자였고 5명은 안전을 위한 건설업 취업 교육을 받지 않거나 교육 유효기간(1년)을 넘긴 상태였다. 사업주 역시 외국인 근로자 채용 때 반드시 해야 하는 근로 개시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최근 건설현장에서 대형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건설업종 재해율은 2009년 0.65%에서 2010년 0.70%, 2011년 0.74%, 지난해 0.84%로 매년 늘고 있다.
반대로 건설업종 재해율은 2004년 0.95%를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다 2009년부터 증가세로 전환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호황일 때 산재가 줄고 불황이면 늘어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며 “경기가 어려울수록 기업이 산재 예방 비용을 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설 산재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노사민정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21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 중랑물재생센터에서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무리한 공기 단축, 부실한 산업안전 대책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명구 을지대 교수(보건산업안전학)는 “최저가 낙찰제는 무리한 가격경쟁을 유발해 공기 단축, 하도급 발주 등으로 이어지며 안전 확보를 어렵게 만든다”며 “외국처럼 최고가치 낙찰제(가격 품질 기술력 등을 종합평가하는 것)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성훈 안전보건공단 건설재해예방실장은 “안전관리에 영향을 주는 최저가 낙찰제나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제, 책임감리제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