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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19세기 변주의 시대 이끈 ‘내 모자 세모났네’ 선율

입력 | 2013-08-22 03:00:00


‘내 모자 세모났네/세모난 내 모자/세모가 안 난 것은/내 모자 아니네.’

가사를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흥겨운 3박자 선율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에선 ‘내 양말 빵꾸났네’라는 가사로 바꿔 부르기도 하죠.

이 노래는 원래 유럽 전래 동요입니다. 독일에서 부르는 가사(Mein Hut, der hat drei Ecken)는 우리의 ‘내 모자 세모났네’와 내용이 똑같습니다. 하지만 이 선율을 부르는 가장 보편적인 이름은 ‘베니스의 카니발’입니다. 라인하르트 카이저라는 작곡가가 18세기 초 이 선율을 음악극 ‘베니스의 카니발’에 집어넣어 대성공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이 선율이 유별난 것은 사랑받는 동요이자 수많은 음악 대가들이 이 선율을 주제로 자기만의 작품을 (주로 변주곡 형태로) 썼기 때문입니다. 바이올린의 귀신으로 불렸던 파가니니가 먼저 ‘베니스의 카니발 변주곡’을 작곡했고, 쇼팽도 ‘파가니니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변주곡을 썼습니다. 트럼펫의 대가 클라크는 트럼펫용으로, 기타 거장 타레가는 기타용으로 변주곡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1952년 나온 ‘창문에 있는 강아지 얼마죠?(How much is that doggie in the window?)’라는 노래도 이 선율을 변형한 것입니다.

19세기에는 유명한 선율을 변주곡으로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그 이유로 이 시기에 악기의 연주 기법이 급속히 발달했고 수많은 명인이 출현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면서 자신의 서커스적 기교를 널리 알리는 데 이 방법이 적합했던 것입니다. ‘베니스의 카니발 변주곡’을 앞장서 만들었던 파가니니도 그의 ‘카프리스 24번’이 수많은 변주의 대상이 됐습니다. 브람스, 리스트, 라흐마니노프와 그 밖의 수많은 후배 음악가들이 이 작품을 주제로 변주곡과 광시곡을 만들었습니다.

<음원 제공 낙소스>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국제관악제 첫날 연주회에서는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제주도립 서귀포관악단과 협연하는 잠피에리 ‘베니스의 카니발 변주곡’을 들을 수 있습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9월 13일 같은 곳에서 열리는 ‘플래티넘 시리즈’ 콘서트에서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 주제에 의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크와메 라이언 지휘, 조이스 양 피아노 협연으로 연주합니다.

‘내 모자 세모났네’에 의한 다양한 변주는 다음 QR코드와 인터넷 주소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blog.daum.net/classicgam/23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