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마주 콘서트’는 훈훈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연주회가 끝난 뒤 스승 정진우(오른쪽)에게 제자 신수정이 꽃다발을 전하고 있다. 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 제공
“가슴이 메어서 말이 안 나옵니다. 이런 날이 오기를, 이런 날을 보기 위해 지금까지 산 것 같습니다. 내일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
‘한국 피아노계의 역사를 쓴 거인’ 정진우(85)에게 바치는 ‘오마주 콘서트’가 20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에서 열렸다. 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린 이 음악회에서 피아니스트 신수정과 김영호가 짠 프로그램은 음악으로 풀어낸 정진우의 일생이었다.
1957년 한국인으로 첫 오스트리아 유학을 떠났고, 이후 서울대 음대에서 ‘정진우 사단’이라 불리는 수백 명의 제자를 길러냈다. 정진우는 “일 년 내내 제자들의 음악회가 열린다”고 했다.
이날 음악회는 네 명의 연주자가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운명’ 1악장으로 시작했다. 정진우가 바리톤 오현명과 짝을 이뤄 한국 가곡을 발굴, 개척한 뜻을 기려 바리톤 박흥우가 ‘청산에 살리라’를 불렀고, 그가 국내 최초로 실내악 트리오를 결성했던 일을 떠올리도록 차이콥스키 피아노삼중주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1악장이 이어졌다.
제자들은 무대가 전환될 때 출연해 스승과의 지난날을 회상했다. “선생님은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상처보다는 평안을 주셨다”(윤철희), “연습을 안 해 가면 ‘무슨 일 있어?’라고 한마디 물으시는데, 생각해 보면 그때마다 뭔가 일이 있었다”(박은희).
일생이 곧 한국 음악사인 스승의 함박웃음을 둘러싼 감사와 존경의 박수가 오래도록 멈추지 않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