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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석동빈 기자의 DRIVEN]작지만 맵다… 강력해진 힘, 뛰어난 연비 동시 만족

입력 | 2013-08-23 03:00:00

SM5 TCE




‘작다고 무시하지 마라. 작은 고추가 맵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야심작으로 ‘SM5 TCE’ 모델을 내놨다. 차체의 크기는 기존 SM5와 같지만 배기량을 줄여 연료소비는 줄이고 터보차저로 출력은 높인 다운사이징(downsizing) 모델이다. 과연 SM5 TCE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채널A의 자동차프로그램 ‘카톡쇼’에서 철저히 분석을 해봤다.

다운사이징이란?

산업계에서는 보통 제품의 크기를 줄여 소형화를 하는 방법을 말한다. 최근 자동차업계에선 배기량을 줄이는 대신 효율을 높인 첨단 엔진을 기존 차체에 넣는 방식을 뜻한다. 예를 들어 BMW의 경우 과거 ‘528i’는 6기통 3.0L급 자연흡기 엔진이 들어갔지만 현재는 4기통 2.0L급 터보엔진이 들어간다. 과거 엔진과 최대출력은 같지만 연료소비효율이 20% 정도 높아지고 가속력도 빨라졌다.

날로 높아지고 있는 환경규제에 맞추고 연료소비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업계가 고민한 결과물인 셈이다. 터보엔진은 과거 연비는 손해를 보더라도 고출력을 내기 위한 아이템으로 사용됐지만 이제는 제어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엔진의 효율을 높이는 1등 공신이 됐고, 앞으로 자동차회사들은 터보엔진을 이용한 다운사이징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SM5 TCE의 TCE라는 영문도 ‘터보차저로 효율은 높였다(Turbo Charged Efficiency)’는 뜻이다. 르노삼성은 SM5 TCE를 국내 최초의 다운사이징 모델이라 주장하고 있고 처음으로 1.6L급 터보엔진을 중형차에 넣은 기록을 세운 것도 사실이다. 자동차세도 2.0L보다 조금 낮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가 먼저다. 과거 ‘NF 쏘나타’에는 6기통 3.3L급 엔진이 있었지만 ‘YF 쏘나타’로 넘어오면서 이를 없애고 대신 4기통 2.0L급 터보엔진으로 대체했다. 다만 현대차는 마케팅적인 판단으로 다운사이징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고성능 터보엔진을 부각시켰다는 차이점이 있다.

연료 절감과 성능, 두 마리 토끼 잡다

SM5 2.0L급 모델은 141마력, 공인 연비는 L당 12.6km이지만 TCE 모델은 190마력에 연비는 L당 13.0km다. 배기량은 줄었지만 출력과 연비가 동시에 높아졌다.

TCE 모델의 연비를 카톡쇼 실험을 통해 측정한 결과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50km를 정속주행한 결과 L당 17.9km라는 좋은 기록이 나왔다. 힘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정속주행에서 1.6L엔진의 낮은 연료소모량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함께 비교실험에 투입된 기아차 K5 2.0 모델은 동일 구간에서 17.4km로 약간 낮았다. 일반적인 교통흐름을 보인 낮 시간대의 서울시내 주행 연비는 TCE가 L당 9.0km, K5는 8.5km로 측정됐다. 공인연비에서는 TCE가 L당 1.1km 연비가 앞섰지만 함께 주행해본 결과 평균 0.5km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TCE의 가속성도 당연히 상승됐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급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카톡쇼에서 직접 측정한 결과 SM5 2.0L급 모델은 10.8초였지만 TCE는 9.6초로 많이 앞당겨졌다. K5는 10.1초를 기록했다.

숨은 공신 ‘DCT’


TCE가 이처럼 연비를 높이면서도 출력과 가속력을 모두 높일 수 있었던 것은 효율이 높은 엔진 혼자서 세운 공은 아니다. 듀얼클러치 변속기(DCT)가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DCT 역시 국산 중형차에는 처음으로 들어갔다. 국내 최초의 DCT 적용은 현대차의 소형 스포티카인 ‘벨로스터’다.

DCT의 기본 구조는 수동변속기이지만 기어를 바꿔주는 변속만 자동으로 해주기 때문에 자동화된 수동변속기라고도 물린다. 수동변속기의 우수한 동력전달 효율과 자동변속기의 운전 편의성을 동시에 이룬 것이다.

일반 수동 변속기와 다른 점은 클러치가 두 개여서 앞으로 변속될 기어가 다른 하나의 클러치에 미리 물려 있어서 신속하고 부드러운 변속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스포티한 주행성능은 물론 엔진에서 만들어진 출력을 바퀴까지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력 전달 손실률을 극도로 낮춰 연비까지 높일 수 있다. TCE에 들어간 6단 DCT는 변속기 전문회사인 독일 게트라크 사의 것으로 동급의 일반 자동변속기보다 100만 원 정도 가격이 높다.

효율 향상에 따른 단점도 보여

TCE 엔진이 본격적으로 힘을 내기 시작하는 시점은 2500rpm부터다. 그 이전에는 일반 1.6L급 엔진의 반응을 보인다. 급가속을 해보면 TCE는 초반에는 K5 2.0에 뒤지다가 시속 40km쯤부터 가속력이 크게 높아지며 따라잡기 시작해 중반에 나란히 달리다 후반부에 가서야 추월에 성공한다. 물론 가속상태를 유지하면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K5와 더 차이를 벌리며 앞으로 달려나간다.

하지만 시속 60km 이내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구간에서는 TCE는 약간 굼뜬 느낌을 준다. 정지했다가 부드럽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생각보다 속도가 빨리 오르지 않다가 2500rpm을 넘어서면 시원하게 빠지는 느낌을 준다.

DCT는 동력 직결감이 좋고 일반 자동변속기에 비해 변속 속도도 빠르지만 1단과 2단 기어에서는 미세하게 멈칫거리는 현상이 있어서 매끄럽게 속도가 올라간다는 인상은 주지 못했다. 시속 40km가 넘어가면 가속도 잘 되고 변속도 부드럽다.

운전재미와 풍부한 안전장치

SM5는 유럽으로 수출돼 르노의 ‘래티튜드’라는 모델로 판매된다. 핸들링을 중시하는 유럽스타일로 개발됐기 때문인지 커브길을 돌아나갈 때 느껴지는 경쾌함이 국내 경쟁 모델들보다 앞선다. 커브길을 돌아나갈 수 있는 속도가 경쟁 모델보다 앞서는 것은 아니지만 좌우로 운전대를 돌렸을 때 차의 반응이 비교적 신속하고 앞머리가 운전자의 의도대로 잘 따라오는 편이어서 운전재미와 안정감을 동시에 줬다.

TCE는 2710만 원짜리 기본 모델을 선택해도 스마트 듀얼에어백과 사이드 커튼에어백,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TPMS) 등 대부분의 안전장치가 들어간다. 여기에 액정표시장치 계기반과 가죽시트, 가죽스티어링휠, 스타트버튼, 오토 헤드라이트, 빗물감지 자동와이퍼, 크루즈컨트롤, 좌우 독립에어컨,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등이 기본이다.

일부 편의장치를 선택으로 빼고 기본 가격을 조금 낮췄으면 소비자들의 반응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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