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체 장기화에 골병 든 시장
부동산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과거 상식처럼 통하던 법칙들이 줄줄이 깨지고 있다.
○ 변화하는 주택 투자불문율
‘투자대상 1순위=재건축 아파트’라는 공식도 힘을 잃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입주가 오래된 낡은 아파트가 재건축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새 아파트보다도 비싼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수요자들이 투자 위험을 지기보다는 안정적인 주거지를 선호하면서 새 아파트의 가격이 입주가 오래된 아파트에 비해 비싸졌다. 부동산114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을 분석한 결과 입주가 5년 이내인 새 아파트 평균가격은 3.3m²당 1879만 원인 반면 20년이 넘은 아파트의 경우 3.3m²당 1820만 원이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줄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한 예전의 ‘투자공식’들이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 전세 관련 투자공식도 줄줄이 깨져
전세시장으로만 쏠리는 수요도 투자법칙들을 바꿔놓고 있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의 비율)이 60%에 육박하면 집값이 오르고 거래가 활기를 띤다는 ‘전세가율 60% 법칙’은 대표적 투자 상식이었지만 이제는 틀린 말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주택의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7월 말 기준 58.9%로 60%에 육박하고 있지만 매매가는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다. 매매 수요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용면적 85m²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가 전용면적 85m² 초과 중대형 아파트의 3.3m²당 전세금을 넘어서는 ‘가격 역전현상’도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투자상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것은 주택시장 장기 침체로 투자 환경이 완전히 달라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과거에는 전세 가격이 올라 매매가와 전세가의 격차가 어느 특정 시점까지 좁혀지면 매매 수요가 늘었다. 대출을 끼더라도 집을 사두면 향후 집값이 오를 경우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데다 경기도 불안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별로 없는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집값 상승과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투자가 아닌 ‘실거주’ 위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부동산 투자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시세차익을 노린 단기투자보다는 장기투자로의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