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영어 문제 하나 풀어 보시죠. “Take care”는 무슨 뜻일까요? 정답은 ‘안녕히 가세요’라는 작별 인사입니다. 그러나 요즘 트위터에서 저 말은 “카레 먹어”라는 뜻으로 씁니다. ‘취하다’는 뜻인 take에 ‘care’를 철자 그대로 읽어 먹는 ‘카레(curry)’로 변형한 것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Be careful(조심해)은 ‘카레로 가득 차다’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가득하다’는 뜻인 접미사 ‘-ful’을 활용한 거죠. 커리어(career·경력) 역시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가 들어갔으니 ‘카레 만드는 사람’이 됩니다.
이제 어떤 패턴인지 이해하셨을 줄 알고 난도를 좀 높여 보겠습니다. 아이돌 그룹 2NE1이 부른 ‘I don't care(난 신경 안 써)’는 뭘까요? 정답은 ‘나는 돼지고기 카레’입니다. 돼지고기를 뜻하는 돈(豚)과 ‘don't’의 발음이 비슷한 데서 착안한 거죠.
그가 얼마 전 트위터에 “미국 의사 클라우디아 윌리스는 오랫동안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으로 고생하던 그의 환자 페니 리코프를 화학 약물이 아닌 자연의 음식인 카레를 통해 치료한 사연을 2005년 2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공개했다”고 썼습니다. 팬이 많으니 이 소식 역시 금방 널리 퍼졌습니다.
이 글을 보고 한 트위터 사용자가 “카레로 관절염이 치료된다는 것이 놀랍네요. 자세히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부탁했고, 이에 허 씨는 “카레뿐 아니라 천연물질은 어느 것이든 면역력을 회복시키기 때문에 관절염, 골다공증, 치주질환, 각종 암 등 모든 질병을 치료해 줍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정말 카레가 관절염에 도움이 되는 걸까요? 허 씨의 글에 대해 몇몇 사람이 “카레를 일상 식사로 수없이 먹는 인도에서도 관절염은 흔하다”고 반론을 제기했지만 허 씨는 이런 이들은 차단하면서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직접 기사 원문을 찾아보는 이들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급변합니다. 허 씨가 언급했던 환자 이름은 진짜였지만 기사 원문 어디에도 ‘카레(curry)’라는 낱말이 등장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 대신 기사에는 ‘케어(care)’가 일곱 번 등장합니다.
물론 허 씨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닙니다. 몸이 아프다고 무조건 병원에 가고, 의사 말만 절대적으로 믿으면 곤란한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관절염을 치료하겠다며 카레만 먹다가는 허 씨 말이 거짓이라는 걸 깨닫는 건 물론 몸도 망가지고 말 겁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넘쳐나는 자칭 전문가들 말을 액면 그대로 믿으면 육체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 건강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이번 사례가 보여 주는 걸까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는 카레는 관절염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실제로 인도는 전 세계에서 치매 발병률이 가장 낮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카레는 또 위장을 보호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도 도움을 주고 통증을 가라앉히는 효과도 있어 특히 생리통이 심한 여성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한의학에서도 카레는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음식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한 끼는 건강을 생각해 카레 어떨까요? 그럼 ‘Take care’.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