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기획 고경원 작가와 예술인들2, 3년새 고양이 관련 책 부쩍 늘어… 20, 30대 여성-예술인 애묘가 많아“길고양이도 도심 생태계의 일원… 그날 하루만큼은 미워하지 않았으면”
9월 9일 ‘고양이의 날’ 행사에 참가하는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와 고경원 작가, 안욱환 사진작가(왼쪽부터)가 고양이 사진과 책, 인형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인터넷매체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을 운영하는 고양이 전문 작가 고경원 씨(38)는 2009년부터 ‘고양이의 날’ 행사를 열어 왔다. 9월 9일은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는 속담에서 따왔다. 9개의 목숨만큼 질기고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길 기원하는 ‘아홉 구(九)’, 아프지 말고 오래 주어진 삶을 누리길 응원하는 ‘오랠 구(久)’가 담겼단다. 고 작가는 “국내 애묘인(愛猫人) 사이에서 고양이의 날이 많이 알려지고 있다. 그날 하루만큼은 고양이를 미워하는 사람도 고양이를 한 번쯤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양이 애호로 유명한 이웃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고양이가 양파망에 담겨 식용으로 판매되는 현실에서 확인되듯 고양이들이 환영받지 못해 왔다. 하지만 이 사진이 즉각 기사화(본보 22일자 A13면)될 만큼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6월부터 최근까지 30권에 가까운 고양이 관련 서적이 출간됐다.
세 사람은 “불과 2, 3년 사이에 고양이 책이 부쩍 늘었다. 다른 반려동물 책과 달리 키우는 법을 알려주는 실용서적보다 고양이를 탐미하는 서적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대표는 “출판계가 불황이라도 고양이 책이 어느 정도 팔리다 보니 이젠 시장이 포화될 정도다. 특히 20, 30대 여성들이 고양이를 좋아하고 고양이 책을 읽으며 고양이 이야기를 공유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예술가가 많은 것도 고양이 책이 늘어난 한 이유다. 고 작가는 “고양이를 키우는 예술가들은 예술과 고양이가 한 쌍의 짝이라고 표현한다. 예술가는 작업에 매진할 시간이 필요한데, 고양이도 종종 혼자 있고 싶어 하니 둘이 궁합이 잘 맞는다”고 전했다. 안 작가도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있는 예술가에겐 말하고 싶지 않을 때 말을 거는 사람보다 가만히 옆에서 주인의 기분을 느껴주는 고양이가 고마운 존재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길고양이도 도심 생태계의 일원이다. 그들과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라고 주장했다. 안 작가는 꼬리가 잘린 채 버려진 고양이를 데려다 키운 경험이 있다. 그는 “고양이가 살기 좋은 곳이 결국 사람에게도 살기 좋은 곳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도 싫증났다고 버리지 말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올해로 ‘고양이의 날’ 5회를 맞아 다음 달 9일부터 30일까지 ‘고양이를 여행하다’라는 주제로 서울 종로구 안국동 월드컬처오픈 서울사무소 내 W스테이지 무료 전시행사를 연다. 안 작가와 여행작가 신승열 임한나 씨가 찍은 세계의 다양한 고양이 사진이 전시되며, 개막일에는 김 대표의 한국 ‘동물 출판의 변화’ 강연도 열린다. 02-734-9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