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유전적 체질’과 ‘상속 재산’은 같은 단어(inheritance)다.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상속이 자녀의 장래를 망친다”고 믿는 거부(巨富) 15명을 소개했다. 미국의 주식왕 워런 버핏은 “아이들이 뭔가를 하고 싶다고 느낄 만큼만 주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할 만큼은 안 물려준다”고 말해왔다. 배우 청룽은 아들 제이시에게 단 한 푼도 물려주지 않겠다며 “능력이 있으면 스스로 벌 것이고, 없으면 내 돈만 날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이들 거부가 택한 것은 기부다. 버핏과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는 저녁을 먹으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부문화 위축을 걱정하다 억만장자들을 초청해 아예 공개 기부선언을 시키기로 했다. 살아생전에 또는 사후에 재산의 최소한 절반을 기부하도록 하는 ‘기부 서약(Giving Pledge)’ 운동이다. 그 덕분에 거부의 자손들은 재산보다 값어치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를 가까이서 보고 체질화할 수 있게 됐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