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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X파일의 X파일]‘착한 먹거리 캠프’가 지옥훈련 같았던 장시원 PD

입력 | 2013-08-24 03:00:00

시청자 136명 머물 텐트 23동 다 쳐놨더니… 뭐! 폭우에 잠겼다고?




장시원 PD는 ‘먹거리 X파일’의 개척 역군 중 한 명이다. 첫 회 ‘양잿물 해삼·소라’ 편의 연출자이기도 하다. 잠시 ‘먹거리…’를 떠나 ‘관찰카메라, 24시간’을 연출하던 장 PD는 지난달 1일부로 ‘먹거리…’ 팀에 복귀했다. “다시 돌아온 소감요? 맘이… 싱숭생숭했죠.”

또 한 번 고생길 열리나 했는데, 이영돈 채널A 상무가 그에게 처음 맡긴 임무는 언뜻 보기엔 너무 싱거웠다. “MT 간다고 생각하고 같이 즐기다 오면 돼. 방송 분량은 20분만 뽑히면 되는데, 그것도 뭐, 내 토크로 채우면 되니까 부담 느끼지 말라고. 분량 안 나오면 방송 안 내도 돼. 시청자가 와서 착한 먹거리를 먹고 즐기도록 하는, 일종의 대국민 서비스니까.”

16일 방영된 ‘여름 특집-착한 먹거리 캠프’ 얘기다. 이 상무는 ‘놀러가자’고 했지만 장 PD는 왠지 그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았다. 우선 강원 영월의 펜션 앞마당에 시청자들 중 뽑힌 참가자들이 하룻밤 머물 텐트 23동을 치는 것부터 장난이 아니었다. 계속 내리는 비를 맞으며 10명 남짓한 인원이 종일 매달려야 했다.

고생도 몰라주고 녹화 당일 영월에 적잖은 비가 내렸다. 공들여 친 텐트가 비에 모두 침수됐다는 현장요원의 다급한 전갈이 영월행 버스 안으로 날아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를 시청자 참가자들의 해맑은 웃음 뒤로 제작진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숙소를 수소문했고 인근 폐교를 겨우 섭외했다. 야외로 준비해놨던 촬영 일정도 서둘러 실내로 바꿨다. 어수선했다. 참가자 136명에게 확실한 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눈치가 보였다.

이 모든 걸 녹여버린 건 이 상무의 ‘아이돌급’ 인기였다. “위기의 순간에 나와서 슈퍼히어로처럼 한 번 입을 풀어주니까 사람들 불만이 눈 녹듯 사라지더군요. 누가(시청자) 누구(이 상무)에게 그렇게 무조건적인 호감을 표현하는 장면을 평생 본 적이 없었어요.”

참가자에게 깜짝 즐거움을 주기 위해 텐트에 미리 숨어있던 이 상무를 발견한 만삭의 임신부 참가자가 팔짝팔짝 뛰던 장면을 장 PD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남편분이 그러더군요. ‘애 떨어질라.’”

이 상무의 ‘팬 관리’도 아이돌급이었다. “캠프 프로의 일환으로 착한 먹거리 조리법을 가르쳐주는 시간이었는데 설명이 잘 안 들려 요리를 따라 하지 못하는 분들이 생겼죠. 상무님이 제작진에게 ‘(촬영이고 뭐고) 다들 달라붙어서 가르쳐드려’라고 하셨죠. 작가며 PD가 다 카메라 앞으로 몰려나오는데 이 영상을 나중에 어떻게 편집하나 눈앞이 캄캄해졌어요.”

지원에서부터 25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참가자들의 절절한 사연도 장 PD를 울렸다. 어머니에게 신장을 이식해준 뒤 대학생인데도 싱거운 어머니의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며 먹어야 했던 아들은 ‘착한 부대찌개’를 먹으며 어머니와 함께 정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저도 왠지 어머니 생각이 나서 혼났거든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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