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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재명]군수의 무덤

입력 | 2013-08-24 03:00:00


전북 전주와 광주, 서울의 법정을 오가며 재판만 7번을 받았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였다. 대법원이 두 차례나 파기환송을 해 결과는 예측불허였다. 검찰의 기소로부터 2년 7개월. 임기 내내 재판을 쫓아다니며 절치부심(切齒腐心)했으나 결국 그제 대법원이 벌금 200만 원형을 확정해 군수직을 잃었다. 강완묵 전북 임실군수의 얘기다. 농민운동가였던 강 군수는 “10여 년간 잃어버린 임실의 자존심을 되찾겠다”고 했으나 자존심도 군수직과 함께 날아갔다.

▷임실군수의 잔혹사 10년은 1995년 민선 1기에 이어 1998년 재선에 성공한 이형로 전 군수가 2000년 12월 쓰레기매립장 용지 조성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자 사직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선출된 이철규, 김진억 전 군수가 잇따라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여기에 강 군수마저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서 민선 군수가 전원 불명예 퇴진하는 오명의 기록을 남겼다. 이런 임실을 두고 ‘군수의 무덤’이란 말까지 나온다.

▷경북 청도군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군수 선거만 5번을 치렀다. 2007년 12월 재선거 때는 돈 봉투를 받은 주민 1500여 명이 조사를 받고 52명이 구속됐다. 돈을 돌린 운동원 2명이 음독자살하면서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2009년 11월에는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둔 오근섭 경남 양산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가 선거자금으로 빌린 돈이 60억 원에 달했다. 이런 판이니 뇌물로 아파트와 별장을 받은 군수가 적발된들 놀랄 일도 아니다.

▷2006년 선출된 민선 4기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92명이 각종 비리 혐의로 기소돼 37명이 중도 하차했다. 지난 12년간 103곳에서 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를 치르면서 국민 세금 580억여 원을 썼다. 과거에는 사실상 후보 지명권을 가진 국회의원으로부터 공천을 받는 데부터 돈이 들었다. 농촌 지역에서는 빈손으로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말이 나돌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노리는 후보들은 이곳저곳에 군수의 무덤이 늘어나는 이유부터 곱씹어봐야 한다.

이재명 논설위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