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TV 프로그램에서 이뤄진 실험. 매장을 구경하던 커플 중 여성이 값비싼 도자기를 만져보다가 깨뜨리는 사고를 낸다. 실험은 남자 친구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었다. 한 남성은 매장 직원에게 보험 가입 여부부터 문의했으며 다른 남성은 “내가 깼다”며 연인을 보호하고 나섰다. 여자 친구에 대해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그럴까 봐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괜찮아? 다치지 않았어?”, “난 몰라! 네가 깼으니까 네가 해결해!”
여성들은 어떤 반응을 가장 선호했을까. 또한 어떤 태도를 최악으로 꼽았을까.
그들은 “괜찮아? 다치지 않았어?”라는 반응에 감동했으며 “난 몰라! 네가 깼으니까 네가 해결해!”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
여성은 자신의 걱정을 친한 사람들과 수시로 나누려고 한다. 동료들 앞에 걱정거리를 내놓고 함께 주무르며, 궁극적으로는 스스로가 사람들의 걱정 대상이 되어 관심 받기를 바란다. 여성에게 걱정은 걱정 그 자체인 동시에 ‘공동의 장난감’인 것이다.
여성 특유의 ‘걱정 나누기’는 인간관계나 조직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함께 걱정하면서 꼼꼼하게 따져봄으로써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한편 서로의 동의를 구하고 협력하는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반대로 맹점도 있다. 걱정을 함께해 주지 않을 경우 자신을 싫어하는 것으로 극단적인 해석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예컨대 한 여성이 회의에서 있었던 일, 즉 상사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자신을 어떻게 대했으며 그로 인해 얼마나 기분이 상했는지 남성 동료들 앞에서 털어놓았다고 치자.
하지만 남성은 그런 걸 얘기해 봐야 해결되는 게 없기 때문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이 경우 여성은 동료들이 자신에게 무관심하다고 생각해 서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을 싫어하는 감정까지 가질 수 있다. 성과와 직위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여기는 남성과는 달리, 여성은 자기의 표현 수단으로 감정을 중시한다. 따라서 ‘걱정 나누기’는 동료들의 호응을 통해 자신이 여전히 소중한 동료로 여겨지고 있다는 유대감을 확인하려 하는 것이다.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