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의 지구사로라 B 와이스 지음/김현희 옮김/304쪽·1만6000원/휴머니스트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음식이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편안하고 즐거워 보인다. 세계적인 정치가와 예술가, 문학가도 아이스크림을 예찬했다. 사진은 1960년 파리의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여성. 휴머니스트 제공
지금도 아이스크림은 전 세계 누구나 좋아하는 만인의 애인이다. 달콤한 맛은 혀끝을 부드럽게 감싸고, 금방이라도 녹을세라 마음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도도함도 매력이다. 먹고 나면 뇌의 측좌핵을 자극해 쾌락까지 느끼게 해주니 이런 사랑스러운 애인이 또 있을까. 미국 건국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도,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도 아이스크림 마니아였고, 어린이날을 만든 아동문학가 방정환은 빙수를 많이 먹기로 유명했다. 파블로 피카소와 앤디 워홀처럼 아이스크림을 소재로 한 작품을 남긴 미술가도 많다.
무더운 여름 최고의 애인이 되어주는 그의 과거를 샅샅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미국의 언론인인 저자가 유럽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를 다니며 맛보고 조사한 아이스크림의 역사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것과 비슷한 아이스크림은 17세기 이탈리아에서 탄생했다는 게 많은 음식역사학자들의 추정이다. 이것은 얼음이나 눈에 설탕과 과일즙, 우유를 섞어 얼린 소르베토였다.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들은 생계를 위해 유럽과 북미 전역의 거리에서 값싼 아이스크림을 팔면서 아이스크림 제조기술을 퍼뜨렸다.
미국의 아이스크림 체인 데어리 퀸은 1938년 설립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데어리 퀸 매장 앞에 줄을 선 사람들. 휴머니스트 제공
아이스크림의 역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그림과 사진이 실려 시각적으로 즐겁고, 책을 읽는 내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져 미각적으로도 즐거운 책이다. 다양한 아이스크림 요리법도 덧붙여 정보를 준다. 하지만 저자가 소재의 달콤함에 기대 역사서로서의 엄밀함에는 소홀한 것 같아 아쉽다. 역사적 사실에 대해 ‘…한 듯하다’는 애매한 추정이 많고, 아예 감수자가 저자의 오류를 지적한 부분도 몇 군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