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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쇼크’ 석달간 신흥국 주가 급락-환율 급등

입력 | 2013-08-26 03:00:00

인니증시 19%↓… 인도 루피화 17%↑
한국주가 7.3% 내려 “상대적 선방”




양적 완화 축소(돈줄 죄기) 가능성을 언급한 이른바 ‘버냉키 쇼크’가 시작된 후 석 달간 신흥국들의 주가는 급락하고 환율은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제금융센터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5월 22일 “경제 상황이 꾸준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밝힌 후 석 달 만인 이달 22일 현재 인도네시아 주가는 19.9%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태국의 주가도 17.1% 내렸고 필리핀(―16.9%) 싱가포르(―10.6%)의 하락폭도 컸다. 같은 기간 중국도 10.2%나 주가가 폭락했고 러시아(―9.1%) 브라질(―8.9%) 인도(―8.7%)의 주가도 많이 내렸다.

신흥국의 환율은 폭등했다. 출구 전략이 시행되면 신흥국에 대거 풀렸던 달러가 회수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 위기설이 터져 나온 인도의 루피화는 석 달 만에 달러 대비 17.4% 뛰었다. 루피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역시 금융 위기 우려가 고조되는 인도네시아 역시 환율이 12.5% 올랐다. 브라질의 헤알화 환율은 무려 20.4% 폭등했다. 말레이시아(9.6%) 태국(7.7%) 필리핀(7.3%)도 환율이 많이 뛰었다. 중국 위안화만 0.2% 하락했다.

한국은 다른 신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한국의 주가는 7.3% 내렸지만 환율은 0.8% 오르는 데 그쳤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중이 낮고 경상수지가 흑자를 이어가는 등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하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이 최근 한국 주식 시장에서 순매수에 나선 것도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버냉키 쇼크’가 발생하기 전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한국은 주가가 별로 상승하지 않은 점도 상대적으로 하락할 여지가 적은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인도나 인도네시아가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극단적인’ 상황이 닥칠 경우 한국도 충격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국가별 경제 상황에 상관없이 아시아 시장 전체에 대한 매도세로 돌아서면 한국의 금융 시장도 고스란히 그 여파를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