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독과 할리우드 배우들이 만든 영화 ‘설국열차’가 10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메이슨 총리 역을 맡은 주인공 틸다 스윈튼은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존재를 드러내며 이야기에 긴장을 더한다. 사진제공|모호필름
■ 1000만 앞둔 ‘설국열차’ 흥행 비결은?
열차 패러디 등 양산…브랜드파워 영향도
한국 감독의 ‘영어대사 영화’ 새 지평 열어
‘설국열차’가 1000만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25일까지 ‘설국열차’(감독 봉준호)에 올라탄 관객은 모두 880만 명. 이 같은 관객 동원이 유지된다면 9월 초 1000만 흥행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설국열차’는 개봉 전 영화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고 현재도 각양각색의 관객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나온 1000만 흥행작이 폭넓은 대중성을 인정받은 ‘편한’ 작품이었다면 ‘설국열차’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쉽지 않은 영화다. 이처럼 ‘결’이 다른 ‘설국열차’가 1000만 흥행으로 질주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설국열차’는 오랜만에 관객의 ‘이성’을 자극한 영화란 평가가 많다. 최근 흥행작들이 잘 차려진 밥상을 관객 앞에 친절히 펼쳐냈다면 ‘설국열차’는 좋은 재료만 던져주고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재미를 줬다는 의견이다. 앞서 ‘괴물’, ‘마더’에서도 보여줬던 봉준호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다.
‘설국열차’는 기차 안에서 계급이 나뉜 사람들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관객 평가 가운데 자주 나오는 단어는 ‘양극화’다. ‘설국열차’는 미래의 이야기지만 동시에 ‘내가 겪는’ 사회와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관객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선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있다. 주인공 송강호가 갖고 있던 성냥에서 비롯된 ‘불의 시작’부터, 앞으로 나아가는 꼬리칸 사람들이 찾아내는 ‘기계 문명’이 이를 대변한다는 의견이다. 영화 관객 수가 증가할수록 다양한 해석이 나오면서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설국열차’ 촬영장에서의 봉준호 감독. 그는 한국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로 가장 높은 흥행 기록을 세웠다. 사진제공|모호필름
● ‘스포일러’ 알고도 보는 ‘브랜드 파워’
‘설국열차’의 결말엔 반전이 숨어있다. 미리 알고 보면 흥미가 떨어지는 ‘스포일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꾸준히 모인다. 결말을 알고도 보는 관객이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역대 1000만 영화의 평균 평점은 8점대 후반이 주를 이뤘다. ‘설국열차’는 이들 가운데 낮은 편인 7점대. 전체 관객의 평가는 낮지만 충성도 높은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 ‘설국열차’가 가진 브랜드 파워의 영향이라는 평가다.
● 한국감독의 영어대사 영화…‘우려’가 ‘기대’로
앞서 박찬욱, 김지운 감독은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37만명)와 ‘라스트 스탠드’(7만명)를 내놓았지만 흥행에선 쓴맛을 봤다. 한국감독이 연출하는 영어대사 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의 반응이 저조했고 그 이야기도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탓이다.
결과는 반대였다. 틸다 스윈튼, 크리스 에반스, 존 허트 등 할리우드 영화에서 친숙한 배우들은 봉준호 감독과 만나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쳤다. 외국 배우들의 반전의 연기력은 ‘설국열차’를 든든히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배우와 감독 사이의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존재를 드러낸 틸다 스윈튼 “다시 한 번 봉준호와 작업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