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함께 한 성남은 내 모든 것…‘원 클럽 맨’ 김철호의 비장한 다짐

성남일화 김철호. 스포츠동아DB

구단 쇠락에 참담함…“상위 스플릿 꼭 갈 것”

성남일화 미드필더 김철호(30·사진)에게 “성남은 어떤 의미를 가진 팀이냐”고 물었다. 그는 “저의 모든 것, 저를 만들어준 곳, 저를 지금까지 살게 해 준 곳”이라고 답했다. 김철호의 목소리에 씁쓸함이 묻어났다. 통일그룹이 내년부터 구단에 지원을 끊기로 하면서 성남은 시민구단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유력한 후보는 경기도 안산시. 성남 박규남 사장은 24일 울산과 홈경기 직후 “안산시와 협의 중이다.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우리 구단을 드릴 생각이다. 성남이 해체되지 않고 시민구단이 되는 쪽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된 보도가 쏟아지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성남은 울산을 3-1로 누르고 8위에 오르며 상위스플릿(1∼7위) 진입의 희망을 살렸다. 김철호는 2도움으로 팀 승리를 이끌고도 웃지 못했다. 2004년 성남에 입단한 ‘원 클럽 맨’ 김철호의 요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 성남과 김철호

김철호는 2004년 성남 입단 때를 회상하며 “정말 믿기지 않았죠”라고 했다. 성남이 K리그 최초로 두 차례 3연패(1993∼1995, 2001∼2003)를 달성한 직후였다. 마케팅, 유소년 부문에 투자가 인색해 ‘성남은 명문은 아니다’는 비판을 받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어쨌든 성적과 선수구성만큼은 당대 최고였다. 반면 김철호는 강원관광대를 졸업한 철저한 무명. 차경복 전 감독이 연습경기에서 김철호를 보고 스카우트를 지시했다.

김철호는 성남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했다. 두 시즌을 상주상무에서 뛴 것을 빼고 꾸준히 성남 중원을 누볐다. 정규리그(2006)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2010) 우승도 맛 봤다. 김철호는 “예전의 성남은 위계질서가 뚜렷했는데 시대 흐름에 따라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라며 “그래도 성남 선수라는 자부심만은 예나 지금이나 똑 같은데”라며 말을 흐렸다. 김철호도 작년 말 성남을 떠나려한 적이 있었다. 계약만료 시점에 중국에서 좋은 조건에 오퍼가 왔는데 안익수 감독이 붙잡았다. 안 감독은 김철호가 2군에 있을 때 코치로 그를 조련해 1군으로 올려 보낸 은사다. 김철호는 성남과 3년 재계약을 했다.

● 상위스플릿 향해

성남 선수들도 구단에 대한 흉흉한 소문은 이미 들었지만 막상 기사가 나오자 싱숭생숭했다. 김철호는 “마음은 정말 안 좋았죠”라면서도 “우리는 좋은 경기를 펼치는 것밖에 할 수 없잖아요. 그 마음만 가질 겁니다”고 했다. 안 감독 역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게 우리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첫 번째 숙제는 상위스플릿 진입. 성남은 강원(홈), 경남(원정) 2경기를 앞두고 있다. 김철호는 “우리가 준비만 잘 하면 어떤 팀이든 문제없어요. 후반기로 갈수록 팀은 더 좋아질 텐데 꼭 상위스플릿에 남아야죠”라고 각오를 다졌다.

윤태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