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회담 제안 날짜와 상봉일 겹쳐
“내 젊은 시절 사진, 北 가족은 알아볼까” 남북 이산가족 상봉 1차 후보자 500명의 명단이 발표된 다음 날인 25일 상봉행사 관련 실무를 맡은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를 찾은 한 상봉 후보자가 등록을 위해 젊은 시절의 사진을 제출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추석(9월 19일) 전후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자”고 제의한 이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말도 반납한 채 준비를 서둘렀다. 반면 북한은 1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 관련 접촉 하루 전에 금강산관광 회담을 갖자”며 두 사안을 연계하려 했다. 금강산 회담을 앞세우고 이산가족 상봉 날짜는 뒤로 미루려고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 양측은 이번 실무접촉에서 쟁점이 됐던 이산가족 상봉 장소와 규모뿐 아니라 시기에 대해서도 밀고 당기기를 통해 의견을 조율해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남측은 금강산관광 회담 개최 가능성이 있는 9월 25일 이전에 상봉행사를 갖자고 요구하고, 북측은 금강산관광 회담 이후를 주장하다가 중간 지점에서 절충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5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상회담을 통해서 남북 간에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이 많은 문제를 한 번에 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박근혜 정부 임기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정상들 간에 만나서 큰 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인식의 정상회담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어떤 의미에서는 정상들이 만나서 ‘아, 이런 문제 정도는 이제 좀 풀어야 되겠다’ 하는 그런 때가 있을 거라고 본다”며 회담 성사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았다.
류 장관은 개성공단 정상화 과정에서 5·24조치가 해제 수순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개성공단 정상화가 5·24조치와 저촉되는 부분들이 있다면 그런 부분들은 당연히 유념을 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 있는 북한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5·24조치를 조금 이완시키면 우리 국민 정서상 그걸 수용하기가 참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