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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아내 둔 ‘듬직 家長’ vs 女心 잘읽는 ‘동성애자’

입력 | 2013-08-26 03:00:00

■ 美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경선 D-15




휴대전화로 외설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주고받는 이른바 ‘섹스팅(sexting)’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한 앤서니 위너 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의 여파가 뉴욕 시장 선거 구도에 지각변동을 불러오고 있다. 그간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빌 디블라지오 뉴욕 시 공익옹호관이 ‘듬직한 가장(家長)’ 이미지를 앞세워 약진하고 오랫동안 표밭을 다져온 크리스틴 퀸 뉴욕 시의회 의장도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다음 달 10일 예비선거는 두 명의 뉴욕 토박이 간 대결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뉴욕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인 데다 공화당 후보인 조지프 로타 전 뉴욕교통공사(MTA) 사장, 조지 맥도널드 도펀드 창업자 등이 민주당 후보에 비해 약체라는 평가가 많아 약 2주 후 치러지는 예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뽑힌 사람이 11월 5일 본선거에서 시장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번 예비선거에서 1위 후보가 40%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10월 1일 1, 2위 후보 간 재대결이 벌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방송이 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디블라지오와 퀸 후보가 모두 24%의 지지율을 얻어 빌 톰프슨 전 뉴욕 시 감사원장(18%), 앤서니 위너 전 상원의원(11%) 등을 제쳤다. 14일 퀴니피액대 조사에서는 디블라지오가 30%로 24%를 얻은 퀸을 앞섰다. 선거분석가 버나드 휘트먼은 “위너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은 사라졌으며 디블라지오와 퀸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후손인 디블라지오 후보는 가장 이미지에다 백인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흑인 배우자를 맞이해 백인과 흑인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얻고 있다. 로마시대 호민관과 유사한 공익옹호관은 시의 주요 정책을 제안하고 감시하는 직책으로 시장과 감사원장에 이은 서열 3위다. 그는 최근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의 온라인 기금과 500명의 자원봉사자를 추가로 모으는 등 분위기를 타고 있다.

최초의 여성 및 동성애자 뉴욕 시장을 노리는 퀸 후보도 만만치 않다. 그는 올해 초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해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려왔으나 5월 위너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뒤 선두를 내줬다. 위너의 섹스팅 스캔들로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디블라지오의 부상으로 치열한 1위 다툼이 이어지자 마이클 블룸버그 현 시장의 ‘불심검문(Stop-and-Frisk)’ 정책을 비판하며 단독 선두를 넘보고 있다. 퀸 시의장은 그간 블룸버그 시장과 친밀한 관계였으나 불심검문, 금연 및 탄산음료 제한 등의 정책으로 블룸버그 시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블룸버그와의 선 긋기에 나섰다. 24일 미국 최대 유력지 뉴욕타임스(NYT)가 퀸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선거전이 막바지로 돌입하면서 두 사람의 배우자도 전선에 가담했다. 디블라지오의 부인 셜레인 매크레이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자식이 없는 퀸과 양육에 관한 얘기를 나눌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다분히 주부 및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동성애자인 퀸 대신에 자신의 남편을 지지해 주기를 의도한 발언이라는 평가가 많다. 발끈한 퀸은 “이는 나와 배우자는 물론이고 여러 이유로 자녀를 가지지 않거나 못 가지는 여성들에 대한 개인적 공격”이라며 범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했다.

뉴욕 시장 선거가 이토록 관심을 끄는 이유는 뉴욕의 인구, 예산, 위상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BBC에 따르면 뉴욕 시의 1년 예산은 700억 달러(약 78조 원)로 런던 220억 달러(약 24조 원), 서울(20조6287억 원) 등 다른 세계 거대 도시를 압도한다. 인구도 마찬가지여서 2012년 말 현재 뉴욕 시에 거주하는 인구는 834만 명으로 미국 2, 3위 도시인 로스앤젤레스(379만 명), 시카고(270만 명)의 2, 3배에 달한다. 특히 직전 시장인 루돌프 줄리아니가 성공적인 뉴욕 시장 경력을 바탕으로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고, 블룸버그 현 시장 또한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면서 뉴욕 시장의 영향력과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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