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머니, 해외 조종사 싹쓸이
중국 항공사들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세계의 숙련 조종사들을 채용하는 바람에 세계적으로 조종사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중국 항공사들이 미국 기장 월급의 2배로 조종사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항공 여행시장이다. 국내선 여객 운송량은 미국에만 뒤지는 세계 2위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중국의 민간 항공시장은 올해 6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 성장했다. 이런 폭발적 성장에 따라 중국 민간 항공사들은 여객기 800대 이상을 새로 주문한 상태다. 현재는 2088대가 운항하고 있다. 기장이 되려면 대략 10년의 조종 경력이 필요한데 국내 양성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 항공사들은 “임금을 대폭 올려주겠다”며 외국의 숙련된 조종사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아시아 최대 조종사 파견 업체인 리시워스 항공의 마크 이스트 경영이사는 “중국 항공사들이 최근 18개월간 외국인 조종사 임금을 최대 30% 올렸다”고 밝혔다. 조종사 채용 중개 사이트 ‘플라이트 글로벌’에는 중국 항공사의 채용 공고가 60% 이상을 차지한다.
플라이트글로벌에 게재된 채용 공고에 따르면 중국 하이난(海南) 항공과 선전(深(수,천)) 항공은 조종사 채용을 위해 각각 27만 달러(약 3억 원)와 23만1600달러(약 2억5800만 원)를 연봉으로 제시했다. 미국 주요 항공사 소속 조종사의 평균 연봉(13만5000달러·약 1억5000만 원)의 2배에 이르며, 세계 최고 수준의 항공사가 최고참 기장에게 제공하는 연봉과 비슷하다고 한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