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5일 일요일 맑음. 스톡홀름 증후군. #72 Kent ‘999’(2012년)
24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텔레2 아레나 개장 기념공연에서 스웨덴 인기 록 밴드 켄트의 요아킴 베리가 열창을 하고 있다. 스톡홀름=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텔레2 아레나 개장을 기념하기 위해 각자의 음악 장르에서 스웨덴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세 팀이 처음 한무대에 섰다. 댄스 가수 로빈, 싱어송라이터 라르스 비네르베크, 록 밴드 켄트. 스웨덴의 레이디 가가 격인 로빈은 빔 프로젝션을 적용한 화려한 무대에서 표범처럼 움직이며 흔들림 없는 가창력을 보여줬다. 가사가 영어여서 듣기 편했다. 비네르베크의 무대부터가 문제였다. 그의 포크 록은 가사를 모르면 퍽 지루했는데 현지인들은 로빈 때보다 훨씬 더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마지막 무대에 켄트가 섰다. 켄트를 스톡홀름에서 보는 게 아이슬란드 밴드 시구르 로스를 레이캬비크에서 듣는 것만 한 감흥을 전해줄 리 없다고 믿었다. 그들의 음악은 시구르 로스만큼 신비롭진 않으니까. 1990년대 후반 영어 번안 앨범을 내고 미국 순회공연을 하며 세계 진출을 노렸지만 켄트는 탁월한 실력에도 ‘내수용’으로 만족해야 했다.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내게 누군가 물었다. “좋았어?” “당연히.” “가사는 알아들은 거야?” “당연히… 아니지.” ‘999’의 번역된 가사를 뒤늦게 찾아봤다.
약동하는 포 투 더 플로어(four-to-the-floor·매 박자에 베이스 드럼을 두드리는 선동적인 리듬)에 맞춰 보컬 요아킴 베리는 ‘우리가 꾼 꿈들은/국경지방에서 왔지/철조망 너머/참호가 파인 곳…’이라고 노래했다. ‘…우리가 잠들었을 때/다른 누군가 건설한 나라’, 그때 난 객석 맨 앞줄 젊은이들을 봤다. 금발에 새하얀 그들 눈이 젖어 있는걸. ‘이제 우리 깨어났지만/우리가 누군지 깨닫지 못해’ ―스톡홀름에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