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실험 결과는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의 바탕이 됐다. 도시 변두리에 유리창이 한 장 깨진 집이 있다. 이를 내버려 두면 행인들이 버려진 집으로 생각하고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까지 모조리 깨뜨린다. 1990년대 미국 뉴욕 경찰은 범죄 단속에 이 이론을 적용했다. 무임승차, 노상방뇨, 신호위반 등 경범죄를 철저히 단속했다. 성과주의라는 비난도 컸지만 강력범죄는 크게 줄었다.
▷이 이론은 디자인을 통해 환경을 바꾸면 범죄 요인을 없앨 수 있다는 데까지 발전했다. 이른바 ‘범죄예방디자인(CPTED·셉테드)’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대표적인 달동네인 마포구 염리동에 시범 도입했다. 대문과 벽에 노란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깔을 입히고, 어두워서 밤에 다니기 무서웠던 골목에는 가로등과 운동기구를 설치했다. 실제 범죄가 감소했는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주민들의 불안감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짐바르도 교수가 1971년에 주도한 또 다른 실험 중에 ‘모의감옥 실험’이라는 것도 있다. 이 실험의 결과도 인간은 상황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어서 두 실험은 일맥상통한다.
김재영 사회부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