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감사원장이 전격적으로 사퇴한 배경을 놓고 억측이 분분하다. 4년 임기가 보장된 부총리급의 헌법기관장이 임기를 1년 7개월이나 남겨두고 중도 하차했는데도 국민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진실 공방에 정치적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감사원이 올해 7월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이 추진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부터 양 원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 것이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1월 ‘4대강이 홍수에 더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호의적인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가 대선 이후인 올 1월과 7월 부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여권 내 친이명박계의 반발을 산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야 할 감사원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정치 감사’를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사퇴의 배경도 4대강 감사와 관련한 갈등설이다. 양 원장에 대해 여권 내 친이계의 압박이 심했을 가능성이 있고, 청와대가 이런 상황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가 내부적으로 일부 고위 간부들과 심한 알력을 빚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4대강의 실제 감사 내용은 ‘대운하를 염두에 둔’ 정도가 아니라 ‘대재앙을 일으킬 수 있는 사업’이라는 것이며 이 사실을 9월 국회에서 그대로 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때문에 자신을 감사원장으로 임명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도의적 책임감에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사퇴했다는 말이 나온다.
고위 공직자라면 물러날 때 깨끗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양 원장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보태지도, 덜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사퇴 이유를 국민에게 밝히기 바란다. 청와대는 인사 갈등이 사실이라면 그 내막을 소상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