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평구 여성친화도시 사업 눈길
범죄심리 위축시키는 밝은 벽화 낡은 주택이 몰려 있는 부평구 산곡1동의 한 골목길에서 주민들이 벽화를 그리고 있다. 구는 12월까지 성폭행 같은 강력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 여성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 부평구청 제공
현재 교사와 한의사, 건축사 등으로 일하는 여성 39명이 은행에 등록했으며 이 가운데 5명은 구가 운영하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인 박순주 씨(46·대학강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다가 주민생활에 적용되는 지방정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평구가 2011년 지역정책과 발전과정에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뒤 여성의 권리와 안전, 편의를 증진하는 정책을 올 들어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통계청이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이 밤길을 걸으며 두려움을 느끼는 비율이 63.1%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인천이 가장 높았다. 구는 4월 주민 882명을 대상으로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필요한 사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후미진 골목길에 대한 도시 공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구는 부평경찰서에 강력범죄 발생 빈도를 의뢰한 결과 22개 동 가운데 재개발사업지역이 포함된 청천1동과 산곡1동, 부평3동 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구는 낡은 주택이 몰려 있는 이들 지역에 ‘여성이 편안한 발걸음 500보’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성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정류장에서 집까지 보통 500보 정도면 도착한다는 통계에 착안해 도로와 골목길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우선 서울시가 범죄예방디자인 지역으로 선정한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을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골목길에 설치된 전봇대에 폐쇄회로(CC)TV와 보안등, 비상벨 등을 설치하고, 고유번호를 매겨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에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바꾸기로 했다. 미혼 여성들이 살고 있는 다세대주택의 경우 외부 배관이나 창틀에 흔적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형광 페인트를 칠해 범죄를 예방한다. 또 도로를 새로 포장하고, 골목길 곳곳의 낡은 벽면에는 범죄심리를 위축시키는 밝은 느낌의 벽화를 그리고 있다.
2월에 만든 ‘여성친화도시 건축물 매뉴얼’도 눈길을 끈다. 건축물을 새로 지을 경우 주변 보행로의 폭을 1.8m 이상으로 설계하도록 권고했다. 유모차를 끌거나 아동을 데리고 길을 걷는 여성들을 배려한 것이다. 또 주차구역의 10% 안팎을 여성 전용 주차공간으로 배치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산곡1재개발지역의 주차공간 308면 가운데 91면이, 부평5구역은 1580면 가운데 100면이 각각 여성 전용 주차장으로 설계됐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