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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기획팀이 꿈을 꿀 때 개발팀은 긴장했다

입력 | 2013-08-27 03:00:00

LG전자 전략 스마트폰 G2, 탄생 뒤에 숨은 15개월의 진통




LG전자가 새로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 ‘G2’ 개발의 주역인 송수용 책임연구원, 오세숙 선임연구원, 정장재 과장(왼쪽부터)이 23일 LG전자 MC연구소에서 G2를 손에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LG전자 제공

“기존에 우리가 선보이지 않았던 획기적인 디자인이어야 합니다. 뒷면에 버튼을 둬 앞면, 옆면을 깨끗하게 합시다.”(기획팀)

“뒷면 버튼, 어렵지 않을까요? 스마트폰을 바닥에 놓았을 때 버튼이 눌리면 어쩌죠? 기술 개발에 시간과 돈도 많이 들 겁니다.”(개발팀)

“카메라 성능을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손 떨림을 없애는 OIS(Optical Image Stabilizer)를 적용하죠.”(기획팀)

“관련 부품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라 상용화하기에는 아직 무리입니다.”(개발팀)

지난해 4월, LG전자 전략 스마트폰 ‘G2’ 기획회의 한 장면이다. 지금까지 세상에 없는 스마트폰이 아니면 먹히지 않는다며 획기적인 변화를 주자는 기획팀과 ‘의도는 알겠지만 기술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개발팀 간에 불꽃 튀는 신경전이 펼쳐졌다. 어느 제품을 개발할 때나 항상 따르는 진통이었지만 기획팀은 “회사의 사활이 걸린 중대 프로젝트”라며 양보하지 않았다. 연구원들은 종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꼈다.

약 1년 3개월에 걸쳐 이런 회의가 수백 번 계속됐다. 연구원들은 여름휴가까지 잊고 개발에 매달렸다. 하지만 점차 지쳐갔고, 얼굴엔 웃음도 사라졌다. 그러다 이달 초 드디어 ‘옥동자’가 태어났다. “이제 자유다!” 연구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23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LG전자 MC연구소에서 만난 송수용 책임연구원(42), 오세숙 선임연구원(31·여), 정장재 MC사업본부 상품기획팀 과장(35)은 “만족할 만한 제품이 나오니 그동안의 고생도 추억이 됐다”며 “다행히 반응이 좋아 기쁜 마음으로 휴가를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하드웨어, 정 과장은 기획, 오 연구원은 사용자경험(UX) 관련 업무를 각각 맡아 G2를 개발했다.

○ “소비자 편의성이 제1의 목표”

LG전자 연구원들이 기획단계에서 생각한 G2의 콘셉트는 큰 화면, 사운드, 후면 버튼 등 3가지다. 큰 화면과 사운드 성능 향상에는 모두 동의했지만 후면 버튼은 의견이 엇갈렸다. 스마트폰을 완전히 껐다 켤 때 커버를 여닫기가 불편하다는 점을 고려해 후면 버튼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모양, 크기, 위치 등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기존 스마트폰 오른쪽 옆면에 있는 전원 버튼과 같은 크기로 후면에 배치해 보기도 하고 작은 동그라미 모양으로 바꿔 보기도 했다. 가장 어려운 과제는 켜려는 의도가 없는데도 후면 버튼이 눌려 ‘ON’이 되는 일을 막는 것이었다. 1000개가 넘는 샘플을 만들어 수만 번의 실험을 한 끝에 최적의 해법을 찾았다. 기간도 석 달 넘게 걸렸다.

LG전자가 고수해 온 각진 디자인 대신 모서리를 둥글게 하고, 쥐는 느낌을 좋게 하기 위해 뒷면 동체도 둥글게 처리했다. 그러다 보니 부품이 들어갈 내부 공간이 좁아졌다. 정 과장은 “‘G2 같은 고(高)스펙에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를 두고 논쟁을 벌인 적이 많았다”며 “동체의 크기를 1mm씩 줄일 때마다 수십 번 회의를 했다”고 전했다. 카메라도 마찬가지였다. OIS 기능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두고 연구원들 간 시각차가 뚜렷했다. 송 연구원은 “처음엔 기술적 문제 때문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죽기로 덤비면 안 되는 게 없더라”라며 웃었다.

○ 두 걸음 앞서기 위해

한 가지 프로젝트에 1년 넘게 집중하다 보니 말 못할 일도 많았다. 정 과장은 4월 시력교정 수술을 하려고 안과를 찾았지만 거부당했다. 눈물의 양이 정상인의 7분의 1밖에 안 돼 수술이 어렵다는 의사의 소견이었다. 컴퓨터 모니터를 지나치게 많이 보면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그는 “G2 프로젝트 후유증이라고 생각한다”며 “영광의 상처로 여기겠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하루 12시간 마라톤 회의를 마치고 새벽에 퇴근해 택시를 기다리면서도 시간이 아까워 길가에 선 채 노트북을 켜고 일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UX 업무를 맡은 그는 숨겨져 있는 G2의 ‘깨알 기능’을 소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회의나 중요한 식사에 방해되지 않도록 전화벨이나 진동이 아예 울리지 않고 자동으로 전화를 건 사람에게 미리 설정한 메시지를 보내는 ‘무음 및 차단 모드’가 대표적이다. 그는 “카페에 가거나 지하철을 탈 때도 스마트폰을 쥔 손만 쳐다봤다”며 “정작 사람들 눈이나 얼굴을 제대로 본 기억이 없다. 이것도 직업병인가 보다”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G2 판매 목표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한 발 앞서 가는 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두 발 앞서기 위해 노력했어요. 판매량은 마케팅의 몫이라 관여할 수 없지만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스마트폰이 G2이길 바랍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